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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방/외국소설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 자극적 소재의 연애 소설

by 로그라인 2023. 4. 12.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소담 출판사, 2020)는 2005년 우리나라에 번역 출간되어 베스터셀러에 올랐다가 출판 15주년을 기념해 2020년 개정판을 낸 연애 소설이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는 어릴 적에 엄마를 따라 놀러 가곤 하던 미나토구 시바에 있는 큰 아주머니 댁, 그 집은 비탈길 위에 있었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언제나 밤이었기 때문에 도쿄 타워가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보며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도쿄 타워를 볼 때면 어른의 인생이 좋게 느껴졌고,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도쿄 타워가 지켜봐 주는 장소의 이야기로 하자고 생각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라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에쿠리 가오리의 소설은 그러나, 다 읽은 후에는 도쿄 타워의 불빛이 연상시키는 일본 특유의 퇴폐적 풍조를 상념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도쿄타워의 줄거리는 스무 살 난 두 대학생이 마흔 살의 유부녀와의 연애에 빠진다는 이야기이다. 출판사는 "독자들에게 다시 한번 순수한 소년들의 사랑을 전한다."라고 하지만 법률적인 문제는 차지하고라도 쉽게 동의하기는 힘들 것 같다. 소설을 보면 주인공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유부녀와 육체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작가 에쿠니 가오리 소개 

청아한 문체와 세련된 감성화법으로 사랑받는 일본의 3대 여류작가. 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409 래드클리프』로 페미나 상을 수상했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출판사 인용)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과 단편집 <언제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는 아래 링크 글을 참고하시면 된다.

 

에쿠니 가오리 단편집, 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손가락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집 는 열일곱, 여고생들의 학창 시절을 담은 이야기들이다. 이 단편집은 2005년 출간되었던 것으로 2021년 리커버판으로 새롭게 출간된 소설집이다. 를 쓴 에쿠니 가오리는

ilogline.tistory.com

단편집을 읽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에쿠리 가오리의 소설에서는 불륜 관계에 빠진 주인공들이 주로 등장하거나 특이한 감성을 지닌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경향성을 보인다. <도쿄 타워> 또한 평범한 20대 청년과 40대 유부녀의 이야기는 아니다. 

아니면, 내가 식견이 지나치게 협소하여 보통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건 독자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스무 살 차이가 나는 두 쌍의 연애 심리는 작가의 자전적 경험이 배어 있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꽤 치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또, 자극적인 소재는 아들의 남자 친구와 사랑에 빠지는 영화 <아이 엠 러브>(주연: 틸다 스윈튼)와 아들의 애인에게 사랑에 빠져드는 <데미지>(주연: 줄리엣 비노쉬)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두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불륜에 빠져드는데 대한 죄책감이 무겁게 그려지는 데 반해 소설 <도쿄 타워>는 오히려 경쾌하다 할 정도로 가볍게 묘사된다. 이 부분은 일본은 역시,라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일본 소설로 봐야할 것 같다. 

책 겉표지
책 겉표지

에쿠리 가오리, 도쿄 타워 줄거리

이 소설의 남자 주인공 토오루와 코오지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구 사이로 지금은 스무 살이 되어 대학을 다니고 있다. 둘 다 마흔 살 유부녀와 연애를 하는 공통점이 있다.

토오루는 열일곱 살 때 날씬한 팔다리에 풍성한 검은 머리, 흰 블라우스에 짙은 감색 스커트를 입고 있는 시후미를 처음 만났다. 토오루의 엄마가 "엄마 친구"라며 그녀를 소개해줬다. 그리고 반년 뒤 토오루는 감색과 갈색의 차분한 분위기로 꾸며진 시후미의 침실에서 함께 밤을 보내고 연인이 되었다.

“좀 더 일찍 태어나 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잔을 흔들어, 와인에 잔물결을 일으키면서 시후미가 말했다.
“나한테 이 곡이 아주 특별했던 시절, 토오루도 함께 이것을 들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 도쿄 타워 146쪽 

시후미는 토오루와 늦게 만난 운명을 아쉬워하고, 토오루는 도쿄 타워를 배경으로 하루종일 그녀를 그리워하며 시간을 보낸다. 시후미가 어렵게 시간을 내어 둘은 음악회도 가고, 사진전도 가고, 바에서 술을 마시고 그리고 가끔 시후미의 집에서 사랑을 나눈다. 시후미에게 너무나도 빠져든 토오루를 보고 짠해진 시후미는 "너 우리 집에 이사 들어올래?"라는 제안까지 하게 된다.

한편, 코오지는 연상과 사귀는 토오루가 부러웠던지 고등학교 동급생 요시다의 엄마 아츠코를 계획적으로 꼬셨으나 요시다에게 발각되어 헤어졌다. 대학생이 된 코오지는 여대생들을 몸매에 매력이 없고 우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작년 미팅에서 만난 유리와 사귀는 중이다. 그러면서도 주차장 알바를 하면서 유부녀 키미코를 유혹하여 더블 연애를 한다.

키미코와는 주로 낮에 만나 러브호텔에서 밀회를 일상으로 즐긴다. 코오지는 열여섯 살 여름에 처음 만난 여자와 초보자끼리 한 이래, 지금껏 여덟 명의 여자와 잤고, 키미코와의 그것이 그중 압도적인 발군이라며 그녀를 악마라 부르며 항상 감동한다.

도쿄 타워 50~51쪽
도쿄 타워 50~51쪽

에쿠리 가오리, 도쿄 타워 결말

코오지는 어느 날 고등학교 시절 동급생이었던 요시다가 느닷없이 접근하여 그에게 버림받은 엄마를 대신해 복수라도 하는 것처럼 그의 자취방에 들어와 눌러앉는 황당한 상황을 맞이한다. 상황이 그쯤 되자, 유리가 그를 찼고 히스테릭했던 키미코도 마침내 결별을 선언하며 코오지의 연애에 종지부를 찍는다.

토오루 또한 시후미와의 관계를 이미 엄마가 알고 있었고, 시후미의 남편도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생각하며 연애의 어려움을 겪는다. 그럼에도 토오루는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시후미의 만남을 고대하며 관계를 이어간다. 

코오지는 요시다를 우선 쫓아낸 다음에,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연상의 남자와 사귀고 있는 카즈미를 지켜보며 그 남자로부터 이 여자를 빼앗는 일이 가능할까 생각하며 소설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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