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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상/독서, 글쓰기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배지영 글쓰기 교실

by 로그라인 2022. 7. 18.

글 쓰는 사람, 배지영 글쓰기 교실

배지영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사계절출판사, 2022)은 독자에서 에세이스트가 된 저자의 인생 이야기와 저자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연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리베카 솔닛의 <멀고도 가까운>에 나오는 문장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다."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결국은 모두가 보게 될 공간에 글을 쓰려니 어려워진다. 내가 블로그에 쓰고 있는 글도 그렇다. SNS 시대에는 사적인 글들이 넘쳐난다. 벌써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이미 쓰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뭔가 쓰려니, 무엇을, 어떻게 쓸지 막막한 경우가 더러 있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은 그에 대한 저자 나름의 답장이다.

배지영 작가 소개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영광에서 자라 군산에 산다. ‘브런치 북 대상’을 받고 첫 책 『우리, 독립 청춘』을 펴냈다. 『소년의 레시피』 『서울을 떠나는 삶을 권하다』 대한민국 도슨트 『군산』 『환상의 동네서점』 『다녀왔습니다, 한 달 살기』 『나는 언제나 당신들의 지영이』와 동화책 『내 꿈은 조퇴』를 출간했다.(출판사)

"<소년의 레시피>와 <환상의 동네서점>을 읽은 사람들은 "이런 글은 나도 쓸 수 있겠어."라고 말했다. 오래전 나도 딱 그 마음으로 시작해서 내가 사는 도시와 사람들에 대해 썼다. 운이 좋아 혼자서도 꺾이지 않고 썼다. 책을 펴냈고 단골 서점에서 상주하며 월급 받는 작가가 됐다. 덕분에 오랜 세월 고단하고 외롭게 글을 써온 사람들, 글로 나를 표현하려는 사람들과 글쓰기 수업을 한다."(51쪽)

작가가 된 경로

작가 배지영은 국문과를 나와 아이들과 글쓰기 수업을 하는 게 줄곧 밥벌이였다. 그러다 '브런치 북 대상'을 받고 첫 책을 펴낸 뒤, 매년 출판 계약을 하게 됐다. 세 권의 책을 펴낸 후, 돈 받고 글쓰기 수업하는 세계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지방 서점의 상주 작가가 되었고,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글쓰기 수업을 하고 있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에는 저자가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면서 겪게 되는 잘잘한 에피소드들이 이어진다. 저자가 글 쓰는 사람이 된 동기며, 저자의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사람들의 사연들을 읽노라면, 사람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얼마나 간절하고 깊은지를 알게 된다. 일흔일곱에 글쓰기 수업에 참여한 어느 할머니의 가슴 찡한 사연도 있고, 호쾌하고 유쾌하게 빵 터지는 사연들도 있다.

"지금도 부끄러운 수준이지만, 그때는 마침표를 찍고 몇 칸을 띄워야 할지 몰라서 세 칸쯤 띄우면 되겠지 하고 문장마다 사회적 거리 두기를 했고, 맞춤법이 하도 많이 틀리니까 '맞춤법에도 개성이 있지 않을까요.'라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했다."(120쪽)

윗글은 저자가 글쓰기 수업을 열자마자 참여햇던 어느 회원이 회상한 글이라고 한다. 각자 다른 삶의 배경도, 나이도, 직업도 다른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이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고, 이 분들은 이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송고하여 원고료를 받는가 하면, 브런치 작가도 더러 되었다. 책 출판에도 성공한 분도 있다. 어째, 용기가 생기시지 않는가?

작가 추천 글쓰기 경로

작가가 글쓰기 교실 회원들에게 한 첫 주문은 이랬다. '짧은 글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로그를 개설하고 글을 올려라.' 운동과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근육이 필요하다. 글을 공개하는 것은 피드백을 받기 위해서다. 그게 글 쓰는 원동력이 되고, 글을 잘 쓰게 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피드백'이다. 무작정 1만 시간을 몰입한다고 해서 어떤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건 절대 아니니까. 특히, 한 분야에서 수준급의 경지에 오르는데는 전문가의 피드백 없이는 거의 불가능하다. 성공한 사람 뒤에는 늘 매의 눈을 가진 코치가 있는 이유다. 

겉표지
겉표지

글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작가가 추천하는 두 번째 경로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송고해 보라는 것. 세 번째는 브런치 작가가 되어보라는 것. 그러다 보면 책을 출판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될 거라는 거다. 글쓰기 교실에 참여하는 사람의 소원은 대개 이렇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펴내는 게 소원이에요"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글쓰기 관련 책을 읽다 보면 마지막은 꼭 책을 출판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젊었을 때는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쯤 내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그게 욕심이라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다. 하루를 정성껏 기록하는 글쓰기 행위, 그 자체로 자족하며 사는 까닭이다. 글을 쓴다고 해서 꼭 자기 이름으로 된 책까지 출판할 필요는 없다. 밥벌이로서 생각한다면 모를까.

그러니까 이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서 작가가 되기 위한 가이드북이 될 수 있고, 매일매일을 조금 더 잘 기록할 수 있게 동기를 부여하는 후원자가 될 수도 있다. 나는 후자로서 <쓰는 사람이 되려면>을 읽었다.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글이 또 쓸데없이 길어졌다. 저자가 인용한 이태준의 <문장 강화>에 나오는 말이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말이다. 이 책에는 초심자가 참고하면 좋을 기초적인 글쓰기 팁들도 있으니 참고하시길.

"있어도 괜찮을 말을 두는 너그러움보다,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글쓰기에선 미덕이 된다."
- 이태준, 문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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