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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상/자기계발

유난하게 용감하게, 김윤미 스타일리스트의 3년 영국 살이

by 로그라인 2023. 4. 19.

김윤미와 박시우의 <유난하게 용감하게>(몽스북, 2022)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윤미의 3년 영국 살이 후일담이다. 박시우가 누구냐고? 눈치챘겠지만, 작가 김윤미의 초등학생 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엄마가 절반을 쓰고 딸이 절반을 채운 영국 생활기이다.

작가 김윤미는 오래전부터 더 늦기 전에 유럽으로 베이스를 옮겨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남편의 잦은 야근과 작가의 불규칙적인 촬영 스케줄로 저녁이 없는 삶, 주말이 없는 삶을 몇 년째 지속하고 있었다.

딸 시우를 보면서 '온전히 셋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몇 년이 더 남았을까?' '우리 셋다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과연 뭘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 늦기 전에 셋이 똘똘 뭉쳐 살아보기를 작정하고 스타일리스트 일을 과감히 중단하고 런던에서 3년간 살아보자고 런던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한다.

작가 김윤미 소개

197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동아일보사의 틴에이저 매거진 <레츠>의 정식 에디터로 시작하여 <하퍼스바자>에서 스타일 디렉트를 끝으로 10년이 훌쩍 넘도록 패션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했다.

그 후, 스타일리스트 프리랜서가 되어 드라마, 패션 광고, TV CF 등 광고 스타일링을 했다. <패션왕>의 이제훈, <하나뿐인 내편>의 유이, <나의 아저씨>의 이지아의 스타일링을 맡았다. 

책 표지
책표지

누구나 유난하게 용감하게 살 수 있을까?

영국으로 가기 위해 작가는 잘 나가던 스타일리스트를 그만두고, 남편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면 승진에서 당연히 누락되는 보수적인 직장을 휴직했다.

이렇게 훌쩍 떠나는 작가 가족을 보고 사람들은 "그동안 벌어돈 돈이 제법 많나 보지?" "너희 서래마을에 건물이 있어서 월세를 받는다며?" "뭔가 든든한 뒷배가 있는 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작가는 "에이~ 우리는 남들보다 용기가 많지."라고 말했다고 한다.

뭐, 어쨌든, 여행처럼 살아보자고 서울을 떠나 런던에 왔는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가 터졌다. 작가는 촬영 일을 하지 못했고, 딸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2개월 만에 9개월을 꼼짝없이 집에서 놀았다. 대학원을 준비하던 남편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되면서 가족이 셋 다 집에서 놀고 있는 상황에 직면한다.

작가는 터키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고 소개한다. "계단을 밟아야 계단 위에 올라설 수 있다." 그렇게 우리 가족 셋은 지금 계단을 밟았고 그 위에 올라서 있다고. 겨울은 영원하지 않고, 봄은 자기 차례를 건너뛰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냐고.

그리고 마침내, 작가의 바람대로 봄은 왔다. 봉쇄령이 약화되자 딸과 함께 미술관이며 뮤지엄을 매주 다니고 꿈에 그리던 캠핑카 여행도 하고, 윔블던 경기도 봤다. 페리를 타고 도버 해협을 건너 파리 여행도 다녀왔다. 스타일리스트 일도 하나둘 생겼고, 딸 시우는 학교 생활도 잘 적응하며 영어도 술술 말하게 됐다.

책 내지
이 책에는 시우 사진이 많이 등장한다.

<유난하게 용감하게>를 읽고 나서 난 참 나쁜 아빠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흔한 해외 가족여행 한번 다녀오지 못했으니···. 내일모레 창업하러 서울로 떠나는 딸아이 오피스텔 월세 걱정과 아들도 대학원을 가게 되면 기숙사 생활은 이제 그만하고 다른 거 신경 안 쓰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그나마 원룸이라도 구해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작가의 목표와 바람은 시우를 만 18세에 독립시키는 거라고 했다. <유난하게 용감하게>를 읽어보면 시우는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영국 생활은 초등학생 딸에게 온통 초점이 맞추져 있고, 그 딸이 이렇게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책까지 냈으니까. 

물론 작가는 "처음부터 우리는 시우의 교육 때문에 영국에 온 게 아니었다(225쪽)"라고 말하고 있지만 결과론적으로 작가 김윤미는 딸에게 어마어마한 스펙을 선물한 셈이 되었다.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이하늬도 '나 역시도 부모님의 용감한 결정으로 아무 연고도 없는 뉴욕에서 가족들과 살았던 시간 동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했다.

아마도 보통의 부모라면 이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작가와 같이 능력맘 혹은 능력파파라면 아들딸이 어린 나이에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정확하게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시우는 지금쯕 영국에서 중학교를 다니고 있을 것 같다. 영국 축구 레전드 데이비드 베컴의 딸 하퍼 베컴과 친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면접 날 대기 줄에서 베컴과 빅토리아를 봤다고 했으니까. 여행기가 대체로 그렇듯 이 책에서는 어쩔 수 없이 영국뽕이 살짝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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