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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방/외국소설

요시모토 바나나의 금지된 사랑 이야기, 소설 N·P

by 로그라인 2023. 5. 4.

요시모토 바나나가 1990년 발표한 <N·P>(김난주 옮김, 민음사, 2016)는 2대에 걸친 금지된 사랑을 묘사한 일본 소설이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이해하기도 어려웠고, 줄거리도 공감하기가 어려운 소설이었다. 굳이 이런 줄거리를 왜 생각해 내었을까?

이 소설의 줄거리는 미국에서 활동하던 작가 다카세 사라오가 97편이 수록된 단편집 <N·P>, 단 한 권을 남기고 자살하고, 그 책을 일본어로 번역하던 세 사람이 연달아 자살하는 사건을 따라가고 있다. 추치소설 같은 미끼이지만 추리소설은 아니다.

97편의 단편을 묶은 <N·P>를 처음 번역한 교수, 초벌 번역을 맡았던 여학생, 그리고 미발간된 98번째 스토리를 번역 중이었던 쇼지, 이렇게 세 사람이 자살한 것이다. 그들은 왜 자살한 것일까? 이 궁금증이 이 지루한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요시모토 바나나 작가 프로필

1964년 출생한 일본의 소설가. 1987년 데뷔한 이후 '카이엔 신인 문학상', '이즈미 쿄카상', '야마모토 슈고로상' 등의 여러 문학상을 수상했다. 필명 요시모토 바나나는 그녀가 바나나를 좋아라 해서 쓰게 되었다고 한다.

국내에는 <키친>, <도마뱀>, <하치의 마지막 연인>, <허니문>, <암리타>, <하드보일드 하드 럭> 등이 소개되었고, <키친>은 30여 개국에서 번역되어 200만 부 넘게 판매되었다. 

책표지
책표지

요시모토 바나나 N·P 줄거리

다카세 사라오는 미국에서 시원치 않게 살아가던 중에 소설을 틈틈이 썼고, 마흔여덟 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헤어진 아내와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었고, 그가 쓴 단편 97편이 수록된 <N·P>가 미국에서 아주 잠시 히트를 쳤다.

스무두 살인 주인공 가노 가자미는 그 책에 얽힌 얘기를 전 애인이었던 번역가 쇼지에게 들었다. 가자미는 5년 전 고등학생 시절에 한 출판사 파티에서 쇼지의 소개로 다카세 사라오의 아이들, 이란성쌍둥이 사키와 오토히코를 만났었다. 가자미는 고등학생이었을 때, 벌써 열일곱 살 많은 쇼지와 사귀고 있었다.

쇼지는 다카세의 98번째 단편을 번역하던 중에 자살을 했고, 가자미는 98번째 번역 원고를 읽고 다카세가 자신의 딸과의 육체적 관계에 절망하여 자살했음을 알게 되고, 쇼지가 죽은 후 가자미는 그의 번역 원고와 유품들을 간직한 채 번역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어느 날, 가자미는 사키와 오토히코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셋은 문득 친해진다. 오토히코는 스이라는 여자와 사귀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녀가 이복형제여서 괴로워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카세가 어머니와 헤어지고 난 후 몸 파는 여자를 알게 되었고 딸을 낳았던 것이다.

가자미는 스이에게도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며 친해진다. 알고 봤더니 쇼지는 스이와도 사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가자미는 그럴수록 오히려 스이에게 묘하게 더 끌리게 된다.  

어느 날 밤, 오토히코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말하고 스이는 가자미에게 독약을 먹인다. 그러나 가자미는 의식이 사라지는 중에도 스이에게 죽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 스이는 가자미와 키스를 하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가까스로 살아난 가자미는 오토히코와 여행을 떠난 해변가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밤을 보내며 아름답다, 모든 것이, 이 여름에 일어난 모든 일이, 미치도록 격렬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눈물에 번진 하늘과 바다와 모래와 흔들리는 불길을 보았다. 아찔한 속도로 한꺼번에 머리에 들어와, 눈앞이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아름답다, 모든 것이. 이 여름에 일어난 모든 일이, 미치도록 격렬하고 아름답다.
- N·P의 마지막 문장

요시모토 바나나 N·P 독후감

요시모토 바나나는 작가의 말에서 이 작품에는 지금까지 제 소설의 모든 테마(레즈비언, 근친끼리의 사랑, 텔파시와 공감능력, 오컬트, 종교 등등>를 쏟아부은 이상한 공간이 담겨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가는 '골치 아픈' 사람들이 참 많지만, 이 세상을 사는 어떤 사람도, 주위에 상관없이 자신이 있고 싶은 위치에서 마음껏 살아도 좋다는 사실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한다.

작가의 의도는 알겠지만 글쎄다. 2대에 걸친 근친상간이라는 설정도 억지스럽지만 번역가 쇼지와 가자미, 스이의 삼각관계도 억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아, 물론 현실에서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은 없지만 너무 작위적인 설정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또,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감정선을 따라잡기도 힘들었는데, 그냥 내 문학적 감수성이 명민하지 못함을 탓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다. 일본 소설은 가끔 이런 방향으로 엿먹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참, 소설 제목 N·P는 노스 포인트의 약자란다.  N·P를 타이틀로 써는 애절한 노래가 있다고 하는데, 이 또한 뜬금없는 작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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