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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상/자기계발

김상민 에세이 낯가림의 재능, 내향인에 대하여

by 로그라인 2023. 5. 25.

세상의 수많은 내향인들에게

김상민의 에세이 낯가림의 재능(왼쪽주머니, 2022)은 작가 자신은 틀림없는 내향인이라고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책이다.
그러면서 세상의 수많은 내향인들에게 낯가림도 재능이니 그것을 무기 삼아 열심히 살아보면 희망이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도 낯가림이 심한지라 이 작가가 과연 내가 생각하는 내향인이 맞는지, 과연 그러한지 이 책을 읽어보았다. 

작가 김상민 소개

낮에는 마케팅을 하고, 밤에는 글을 쓴다.
책날개에 종종 십수 년 전 사소한 실수가 생각나 잠들지 못한다,라고 쓰여 있다.
《아무튼, 달리기》를 썼다.

책 표지
책표지

낯가림의 재능 감상평

작가 김상민은 전화벨이 울리는 순간 내향인의 평화로운 정적은 산산조각 나기에 카톡을 선호한다고 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관계를 맺으며 충전하는 사람과 반대로 그런 얽힘 속에서 방전되는 사람이 있는 데, 작가는 당연히 후자에 속한다고 말한다.

외향인은 생각과 감정을 잘 드러내지만 내향인은 곱씹거나 삼키거나 마음에 새기는 데 익숙하다고 구분 짓기도 한다. 하다못해 내향인은 책을 좋아하고 내향인은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생각이 절로 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내향인과 외향인을 구분하는 가장 편리한 기준은 사회성이라고 강조한다. 김상민의 에세이 <낯가림의 재능>에는 이러한 자기주장이 두서없이 섞여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김상민은 아무리 잘 봐줘도 내향인은 아니다,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프롤로그에서 그의 친구가 "네가 내향인이라고?"라고 했듯이 나 또한 작가는 그저 내향인을 부캐 정도로 가면을 쓰고 싶은 사람쯤으로 보였다.

그 이유는 이렇다. 사람은 지 성격을 지가 절대 알 수 없다. 정신과 의사라도 그의 말만 들어서는 그의 성격을 알 수 없다. 성격은 그 사람이 쭉 해 온 행동을 봐야 비로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극작가가 말한 대로 그가 한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은 곧 말이 되고, 말은 행동이 되며, 행동은 습관으로 굳어지고, 습관은 성격이 되어 결국 운명이 된다.
- 소설가이자 극작가, 찰스 리더

이 말을 내가 만약 했다면 간단하게 아래와 같이 말했을 것 같다. 성격이 곧 생각이고 그 생각이 말로 나타나고, 말이 쌓이면 행동이 되기 때문이다.

성격은 행동으로 나타나고, 행동은 운명이 된다.

그럼 작가 김상민의 성격을 알기 위해 그가 해 온 행동을 살펴보자. 그는 고등학교 내내 반장을 했고, 대학은 경영학과를 갔다. 경영학은 딴 게 아니고 사람을 이용해 큰돈을 많이 버는 방법을 공부하는 데다. 대학 때는 교환학생으로 스위스에 가기도 했다.

회사에서는 브랜드 마케터로 일하며 '회사는 다닐수록 참 재미나는 곳'(116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MBTI 검사결과 10년째 인프제였던 작가는 인터넷에 방을 개설하여 내향인들을 초대하여 인프제 방을 운영하는 적극성을 보였다. 

자, 어떤가? 내가 아는 찐 내향인들은 무리 짓는 걸 싫어한다. 자신이 분류되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래서 내향인들은 MBTI에도 별 관심이 없다. 인터넷에서 MBTI 검사를 했더니 자신이 내향인이더라, 고민된다는 글들을 가끔 봤다. 찐 내향인들은 MBTI 검사조차 하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작가는 MBTI를 신봉하고 MBTI에 소속감마저 느끼며 안락해하는 것 같다.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이 내향인일까? 전형적인 외향인의 행동이 아닐까. 낯가림이 심한 사람들은 블로그에서도 댓글 소통마저 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니까 말이다.

고등학교 내내 반장을 했다는 건, 뭐 작가가 성적순이었다고 비틱에 가까운 변명을 하니 그렇다고 넘어가더라도 작가는 경영학을 전공했고, 교환학생으로 스위스에도 갔다. 찐 내향인들은 대개 이과를 선택하고 문과라해도 문사철을 선택한다. 작가는 경영학을 택했고 직업은 마케트를 택했다. 이 또한 높은 확률로 작가가 외향인이라는 걸 보여주는 증표가 아닐까.

그런데도 작가는 왜 자신이 내향인임을 그렇게도 강하게 주장하고 책까지 낸 것일까? 잘은 모르겠다. 다만 외향인, 내향인 구분도 지극히 주관적이라 그리 신뢰할 만한 방식은 못된다. 경제적인 이슈에는 우파 성향을 보이다가도 복지 이슈에는 좌파 성향을 보이는 이가 많듯이 사상이든 성격이든 뭐든 그렇게 무 자르듯이 싹 둑 잘라지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MBTI에 애정을 보인다. 16가지라서 그런가? 혈액형 네 가지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무식해서 그렇다지만 MBTI는 뭐지? 초중등생도 아니고, 그런데 왜 관심을 가질까, 다 큰 어른이.

뭐, 어쨌든 작가가 내향인이라고 우기면 그렇게 살면 된다. 어차피 외향인과 내향인도 스펙트럼이 워낙 넓어 별로 의미가 없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으니까. 아, 근데 회사를 재미있게 다니고 있다는 내향인을 아직 보지 못했다. 찐 내향인들은 높은 확률로 회사를 일찍 그만두더라.

하나 더. 이 책의 글자크기는 큰데 줄간격은 좁아 읽기 피곤했다. 만약 이 책의 편집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개선했으면 좋겠다. 폰트도 익숙지 않고. 그리고 이 글 내용은 편견이 지나치게 들어간 글이니 무시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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