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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방/고전소설

양철북 줄거리와 해설, 귄터 그라스 노벨문학상 수상작

by 로그라인 2023. 5. 27.

귄터 그라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 양철북(장희창 옮김, 민음사, 1999)은 무엇보다 분량이 어마어마한 소설이다. 양철북 1권이 479쪽, 2권이 491쪽 도합 970쪽에 이른다. 3부로 이루어진 이 소설을 끝까지 읽으려면 무한한 인내심과 끈기가 요구된다. 

귄터 그라스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스웨덴 한림원은 양철북을 수상작으로 선정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인간들이 떨쳐버리고 싶었던 거짓말, 희생자와 패자 같은 잊힌 역사의 얼굴을 블랙 유머가 가득한 동화로 잘 그려냈다."

이 소설은 1979년 폴커 슐렌도르프에 의해 영화화(주연 데이비드 베넨, 앙겔라 빙클러, 카타리나 탈바흐 마리오 아도르프)되었으며, 그해 영화 <양철북>은 칸느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수상했다. 

수많은 비평가들이나 소설 좀 읽는다는 사람들은 양철북이 아름다운 동화 같은 이야기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추천한다. 그래서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양철북> 정도는 읽어야 그래도 소설을 읽었다고 할 수 있지 않겠나 싶어, 근 보름 동안 이 소설에 매달렸다.

귄터 그라스 프로필

1927년 10월 16일 폴란드의 자유시 단치히에서 독일인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나치의 무장친위대(Waffen-SS)에서 복무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었다. 귄터 그라스는 당시 어려서 친위대인 줄 모르고 지원했다고 해명했다.

독일 사민당을 지지하는 좌파 인사로 극우파에게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국제 문제에도 비판적인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는데, 사망선고를 받은 김지하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석방을 촉구하면서 국내에도 많이 알려졌다.

1959년에 <양철북>을 출간했고, 이 소설로 게오르그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3년 <개들의 시절>을 출간하여 <양철북>, <고양이와 쥐>(1961)와 함께 소위 '단치히 삼부작'을 완성했다.
<국부마취>(1969), <넙치>(1977), <텔그테에서의 만남>(1979), <무당개구리울음>(1992) 등을 발표했다. 

1999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5년 4월 13일 사망했다.

양철북 1 표지양철북 2표지
양철북, 장희창 옮김, 민음사, 1999

양철북 줄거리

이 소설은 1952년에서 1954년 기간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된 서른 살 난쟁이 오스카가 1899년에서 1954년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오스카는 정신병원 간호사 브루노에게 편지지 500장을 사 오게 한 뒤 자신의 회고담을 쓰기 시작한다.

오스카는 가장 먼저 외할머니 안나 브론스키의 이야기에서 그의 장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방 경찰관들에게 쫓기던 폴란드 방화범 요젭이 감자밭에서 일하고 있던 안나의 폭이 넓은 치마 속으로 숨어들어 위기를 넘긴다.

요젭은 브랑카라는 가명으로 뗏목군 일자리를 얻고 안나와 결혼한다. 그가 뗏목군으로 일하던 라디우네호의 선장 뒤커호프의 신고로 다시 경찰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요젭은 코틀라우강으로 뛰어들어 영원히 실종한다.

감자밭에서 일하던 안나의 치마폭 속으로 요젭이 숨어들었을 때 아이가 생겼고, 안나는 1899년 딸 아그네스를 낳는다. 요젭이 강으로 뛰어든 후 안나는 화약공장 직공이었던 요젭의 형 그레고르 콜야이체크와 결혼하여 식료품 가게를 한다. 

1917년 그레고르가 유행성 감기로 죽고 나자 안나의 오빠 빈첸트 브론스키의 아들 얀 브론스키가 단치히 제1중앙 우체국의 중급 관리직에 부임하기 위해 안나의 집으로 이사 왔다. 안나의 딸 아그네스는 외사촌 얀 브론스키에게 금방 반하여 연애질을 시작한다.

얀 브론스키가 군대에 끌려가면서 "엉덩이는 안 돼. 치마를 내리지 마, 일 년이면 돌아온다!"라고 아그네스에게 말했지만, 그녀는 야전병원 보조병원 간호사로 일하면서 대퇴부 관통상을 입고 그 병원에 입원하고 있었던 독일 라인란트 태생 알프레트 마체라트에게 팬티를 내리고 말았다.

얀 브로스키는 캬슈바이 출신의 여자 헤트비히와 결혼했고, 아그네스는 알프레트 마체라트와 결혼하여 아들 오스카를 나았다. 그때가 1924년이었다. 

태아였을 때부터 양수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던 오스카는 태어났을 때 이미 성인의 지능을 갖고 있었다. 오스카는 세 번째 생일날 이후 단 1센티미터도 성장하지 않기 위해 지하 창고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들이받아 중상을 입는다. 

추락 사고 이후 오스카는 더 이상 자라지 않았으며, 대신 세 살 생일날 엄마가 선물로 사준 양철북을 늘 목에 감고 북을 치며 다니게 된다. 그와 동시에 오스카는 소리를 고음으로 유지하고 진동시키면서 노래도 하고 그 소리로 유리 꽃병이며 유리창 등, 유리로 만들어진 것들을 부술 수 있는 기이한 능력이 생긴다. 어른들은 감히 그의 양철북을 뺏지 못하게 된다.

얀 브론스키 부부와 알프레트 마체라트 부부는 스커트 카드놀이를 즐겼는데, 그럴 때마다 테이블 아래로 얀의 발이 내려와 엄마 아그네스 허벅지 사이의 은밀한 곳을 휘젓고 다니는 것을 오스카는 테이블 아래에서 생생하게 목격한다. 

아그네스는 목요일마다 시내 모텔에서 얀을 만났고 잡화점 가게 지기스문트 마르쿠스와도 은근히 즐기고 있었다. 그 모든 욕정을 보고 자란 오스카는 얀을 생부로 추정하고 있었고, 마체라트는 오스카가 그의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그네스는 임신 3개월의 몸으로 황달과 생선 중독으로 죽었다. 엄마의 죽음은 오스카를 거의 놀라게 하지 않았으므로 그는 울 수가 없었다. 엄마가 죽고 난 후 오스카는 아파트 3층에 사는 트루친스키 아주머니의 장남 헤어베르트와 친구가 되었고 같은 또래 막내딸 마리아와는 연애질을 한다.

그것은 저절로 일어났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 머리를 갖고 있음을 증명했다. 그것은 내가 가르치지도 않은 그 어떤 짓을 했다. 그것은 내가 누워 있는데도 일어섰다. 그것은 나와는 다른 꿈을 꾸었다. 그것은 읽지도 쓰지도 못하면서 내 대신에 서명했다. 그것은 오늘날도 자신이 길을 가고 있다.
나는 그것을 부끄러워한다. 나는 그것에 싫증이 난다. 나는 그것을 씻는데 그것은 나를 더럽힌다.
- 양철북 민음사간 상권 438쪽

그러나 마리아는 오스카가 생부라고 생각하고 있는 얀 브론스키와 결혼했고 아들 쿠르트를 낳았다. 오스카는 쿠르트를 자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한다. 

얀 브론스키는 1939년에 있었던 폴란트 우체국 방어전에서 나치에게 잡혀 처형되었다. 그후 마체라트는 지하실 창고에 들이닥친 일군의 러시아 병사에게 우발적으로 총격을 당해 사망한다.  

오스카는 그의 엄마와 얀, 마체라트 죽음에 직간접적으로 기여를 했다. 예컨대 마체라트의 경우, 오스카가 손에 감추고 있던 당의 배지를 마체라트에게 뜬금없이 주자, 그 배지를 숨기기 위해 꿀꺽 삼키려다 기침을 하는 바람에 러시아 병에게 총격을 당한 것이었다.

오스카는 마체라트를 사랑한 적은 결코 없었지만 그의 죽음 이후 94센티미터이었던 그의 키가 약간 씩이나마 자라기 시작하여 1미터 21센티미터가 되었다. 그때부터 오스카는 자라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아닌, 자라야 한다, 자랄 것이다가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훗날 회고한다.

소설 양철북 해설

이 책의 권말에 실린 번역자 장희창의 작품 해설을 보면 귄터 그라스의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양철북은 20세기 초반과 중반의 파행적인 독일 역사를 오스카라는 난쟁이 인물로 알레고리화하여 형상화시킨 작품으로, 강렬한 언어 구사와 암시적인 이미지, 반어와 역설 그리고 풍자로 가득한 서사적 표현 기법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되어 있다.

일테면 1927년 오스카가 지하창고에서의 추락 사고는 독일 소시민 계층이 급격하게 나치즘을 추종에 대한 거부를, 엄마의 외사촌이자 애인이며 오스카의 실제 아버지일지도 모로는 얀 보론스키의 죽음은 폴란드의 패배를, 오스카가 그래프 부인과 벌이는 질퍽거리는 성교는 수렁에 빠진 러시아와의 전쟁을, 아버지 마체라트의 죽음은 독일 제국의 패배를 암시한다고 했다.

그러나 나에게 소설 양철북은 아무런 알레고리를 발견할 수 없는, 그저 읽기 힘들고 따분한 소설에 불과했다. 사실 이번이 두 번째다. 아주 옛날 한 권짜리 양철북을 읽었을 때도 그랬고 완역본이라는 두 권짜리 양철북을 읽어도 매 한가지였다. 문장은 거칠었고 이야기 전개는 난삽하게 흘러갔다. 이번에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었다. 10년 뒤에 읽으면 좀 나아지려나.

그래서 나는 소설 양철북을 읽고 동화같이 아름다운 이야기였다느니 감동스러웠다느니 하는 이들은 좀 진실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래야 속이 좀 편할 것 같다.

비록 부커상 수상조차 실패했지만 천명관의 <고래>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 소설보다 훨씬 매혹적인 이야기라고 나는 말할 수 있다. 두 소설은 나라만 다를 뿐 비슷한 연대의 대서사이기도 하다. 물론 독일 사람들이 만약 <고래>를 읽는다면 그들도 나처럼 지루하고 따분한 이야기라고 평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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