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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상/자기계발

노화의 종말, 인간 수명 113세 시대가 온다?

by 로그라인 2023. 6. 20.

하버드 의대 유전학 교수 데이비드 A. 싱클레어와 매슈 D. 러플랜트가 공저한 노화의 종말(이한음 옮김, 부키, 2020)은 노화는 질병이기 때문에 노화는 늦추고, 멈추고, 심지어 되돌리기까지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이다.

그래서 저자 데이비스 A. 싱클레어는 인간의 건강 수명을 보수적인 관점에서 계산해 보아도 최소 113세까지는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한다. 앞으로 인구의 절반 이상은 113년을 훌쩍 넘어 살 것이라고 말이다. 노화의 종말 시대가 정말 오긴 오는 것일까.

근데 어떻게 그런 계산이 나오느냐고? 저자의 인간 수명 계산 방식은 이렇다. 앞으로 50년에 걸쳐서 나올 서로 전혀 다른 기술들 하나하나가 더 길고 더 건강한 수명에 기여를 할 것이다.

저자는 그 기술들 중 어느 한 가지 만으로 수십 년 더 건강하게 살도록 해 줄 수도 있는데, 여기서는 이 모든 발전들이 건강수명을 다 더해서 10년 늘린다고만 치자고 말한다. 좀 웃김? 인간의 수명을 그냥 치자고 하면 늘어나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자는 이런 식으로 계산을 계속해 나간다. 노화의 종말이 아니라 계산의 종말?

그리고 사람들이 저자의 주장, 즉 노화의 종말을 믿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더 잘 돌보게 될 것이고, 그렇게 잘 먹고 꾸준히 활동하는 사람이 10년 더 건강하게 살 것이라고 예측해도 불합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저자는 양심이 있었던지 그 절반만 잡자고 한다. 5년. 이래서 인간의 수명은 15년 더 늘어난다. 개 웃기지 않음?

또 어디서 인간의 수명을 늘릴까? 저자는 장수 유전자를 작동시킴으로써 생존 회로를 보강하는 분자들은 동물 연구에서 건강한 생애를 10~40퍼센트 더 늘렸다, 인간에게는 10퍼센트만 늘린다고 하자, 그러면 인간은 8년 더 늘어나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도합 23년! 이 계산법은 어이가 없어 도대체 웃기지도 않음.

마지막으로 <노화의 종말> 저자들은 현재 저자들의 연구실에서는 수명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 기술이 실현되면 최대로 잡으면 수백 년까지 늘어날 수 있지만 여기서는 딱 10년이라고 하자고 말한다. 그러면 총 33년이 되고, 이것을 현재 선진국의 평균 수명 80년에 더하면 113년이 된다! 오, 맙소사! 차라리 천년만년 살 수 있다고 하지 깎긴 왜 깎아? 

그리고 저자는 여기서 더 나아가 110세 넘게 산 이들이 앞으로 혁신 기술을 모두 접한다고 상상해 보면 120세나 130세까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위 내용은 노화의 종말, 8장 앞으로 벌어질 일들, 얼마나 살까(361~364쪽)를 축약 정리한 것임)

책 표지
책 표지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 짜증이 확 올라온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을 읽고 내 건강 수명은 단축됐지 싶다. ㅠ <노화의 종말>의 저자들은 '나는 그렇게 믿는다.' 또는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등의 뻔뻔스러운 말로 논의를 전개한다. 하버드 의대 교수라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도 비과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기가 찰 따름이다.

이 책을 강력 추천한 뇌과학자 정재승은 한 술 더 뜬다. '이 책을 집어든 당신은 행운아다. 노화를 되돌리고 건강하게 장수할 과학적 비법을 얻게 될 테니 말이다.' 과학적 비법? ㅋ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정재승은 또 이렇게 썼다. '게다가 저자가 직접 실천하고 있다고 하니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다.'라고 했다. 누가 실천한다고 해서 신뢰하지 않을 수 없다? 과학자임을 스스로 포기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뭐 어쨌든 하버드 의대 수명 혁명 프로젝트라는 부제가 붙은 <노화의 종말>은 600페이지가 넘는 벽돌 책이었지만 나는 건질 게 하나도 없었다. 문장도 거칠기만 하고, 뭘 말하고 싶은 건지도 도대체 모르겠더라.

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노화의 종말>이 정재승이 말한 것처럼 '노화를 늦추는 실질적인 조언들이 가득 담긴 책일지도 모르겠다. 암튼, 오래 사시고 싶은 분들이 이 책을 많이 찾아 읽은 것 같은데, 나는 왜 눈을 씻고 봐도 실질적인 조언들이 하나도 안 보이지? ㅠ

*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을 인문 교양도서로 분류해 놓았으나 본 블로그에서는 자기계발서로 분류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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