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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공방/장르소설

배명훈 작가 연작소설 타워, 거대한 상상력이 빛나는 한국 SF의 귀환

by 로그라인 2023. 5. 10.

한국 SF 르네상스와 작가 배명훈

2020년대를 한국 SF의 르네상스라고들 한다. 한국 SF의 르네상스를 다진 초석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배명훈 작가의 연작소설 <타워>(문학과 지성사, 2020)이다. 

2009년 출간된 타워는 가상의 초고층 도시국가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절판되었다가 2020년 개정판으로 비로소 재출간되었다.  

신판 작가의 말에서 배명훈은 여러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를 소개한 사실과 "이 책은 꼭 다시 내셔야 해요!"라는 독자의 말에 어디를 고쳤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음 집필했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시간을 들여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고 전한다.

개정판 타워 표지
2020년 개정판 책표지

연작소설 <타워>에는 여섯 편의 중단편과 타워 개념어 사전 등 부록으로 네 편의 글이 실려있다. 한 편 한 편을 읽어나갈 때마다 배명훈 작가가 설정해 놓은 이상한 세계에 점점 빠져들어갔다.

질문에 답해야 할 사람들이 질문을 던지는 위치에 몸을 숨기고,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을 지지 않고 무책임한 국가가 움직임을 멈추어버린 상황을 그린 단편들을 읽을 때는 이태원 참사가 떠오르며 소름마저 돋았다.
작가의 사회과학적인 통찰과 신들린듯한 필력이 경이로웠다.

타워 2009년판
타워, 오멜라스, 2009년 초판

작가 배명훈 프로필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연구주제는 슐리펜 계획으로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단편 '엘리베이터 기동 연습'은 작가의 전공을 정교하게 살린 작품이다.

서울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2004년 <대학신문>의 문예공모전에서 '테러리스트'로 '대학문학상', 2005년 '스마트 D'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안녕, 인공 존재!>로 2010년 제1회 문학동네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에서 활동했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투고하는 등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배명훈 연작소설 타워 수록 작품 및 차례

수록작품

동원 박사 세 사람-개를 포함한 경우
자연 예찬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
엘리베이터 기동 연습
광장의 아미타불
샤리아에 부합하는

부록

작가 K의 『곰신의 오후』 중에서
카페 빈스토킹-『520층 연구』 서문 중에서
내면을 아는 배우 P와의 ‘미친 인터뷰’
타워 개념어 사전

초판 작가의 말
신판 작가의 말

연작소설 타워 독후감

<타워>의 무대는  674층짜리 초거대 타워형 도시국가인 '빈스토그'이다. 빈스토크는 동화 <잭과 콩나무>에 등장하는 거대한 콩 줄기에서 이름에서 따왔다. 타워는 674층 빌딩이지만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초고층 건물과는 많이 다르다.

(참고로 2022년 현재 세계 최고층 빌딩은 두바이의 부르즈 할리파로로 지상 163층, 828미터이다. 100층 이상은 전 세계에 열아홉 개에 불과하다. 롯데월드타워도 그중 하나다.)

타워는 지상 1층부터 12층까지는 별도의 층 구분 없이 높고 커다란 정원이 자리하고, 그 위 21층까지는 백화점과 쇼핑몰이, 22층부터 25층까지는 빈스토크 군대가 주둔한 국경지대로 25층 이상으로 올라가려면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26층 위로는 업무 구역을 비롯해 정부 기구와 주거 구역이 수백 층에 걸쳐 분포하고, 599층에는 세계 최고의 위성 디자인 회사, 이엔케이가 위치하고, 410층에는 남쪽 휴양지가 있다. 빈스토크에는 고급 주택가가 있는가 하면 난방비가 두려워 오들오들 떨며 겨울을 보내야 하는 고시촌이 있다.

세상에 이런 빌딩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쉽지 않다. 심지어 타워에는 국경 지대에서 엘리베이터를 여섯 번씩 갈아타야 도달하는 487층에 빈스토크의 핵심 유명 인사인 영화배우 P가 산다. P는 인간이 아니고 '개'다. 작가는 부록에서 친절하게도 P를 인터뷰하는 유머도 선보인다.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은 빌딩의 구조적 측면에만 그치지 않고 빈스토크 시민들의 삶 내면으로도 깊숙이 종횡무진하며 소시민들이 당면한 웃픈 현실을 고도의 풍자와 함께 날카롭게 비판한다. 

타워는 시장과 의회가 등장하는 도시형 국가로 그려지지만, 미래에 있을지도 모르는 '기업국가'의 이야기로도 읽힌다. 거대회사 이엔케이의 이익을 위해 전쟁을 벌이는 시정부는 형식상의 권력이 있을 뿐, 실제 권력은 이엔케이에게 있는 것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신자유주의와 차별적 시민권에서 비롯되는 정치경제학적인 문제들이 수평과 수직으로 길게 쭉쭉 뻗어나간 이야기, 타워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연작소설 <타워>에 수록된 단편들에 대해서는 시간이 나는 대로 차차 리뷰를 올릴 것을 약속드리며.

추천의 말

"배명훈은 한국 SF계의 핵심 부품이다. 열과 압력과 마모를 견디며 연결과 확장을 담당하고 있다. 수많은 작가들이 배명훈을 읽으며 작품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 SF 고유의 개성 큰 부분을 그에게 빚졌다. 잠시 절판되었던 대표작 <타워>의 귀환은 그래서 소중하다." 
- 소설가 정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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