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설공방/장르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추천 소설 '비밀', 기발한 착상, 하품나는 전개

by 로그라인 2023. 5. 11.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추리소설 <비밀>(창해, 2002)은 교통사고로 엄마는 죽고 기적으로 살아난 딸의 몸에 엄마의 의식이 빙의되는 판타지물이다. 

재벌집 막내아들의 집사 윤현우는 재벌집 막내 손주 진도준으로 빙의되지만, 추리소설 <비밀>은 꼭 재벌집 막내아들이 아니더라도 단순히 인생을 다시 한번 더 살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인생을 빛나게 살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그러니 현생을 함부로 살지 말자.

역자 이선희의 후기를 보면 이 <비밀>은 그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수작이라고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 스스로 단언했다고 한다. 비밀은 작가의 추천작인 셈. 이 소설은 제52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했고,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영화로도 만들어져 제33회 시체스 국제영화제와 23회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러 상을 수상하며 호평받았다.

그런데, 추리소설 <비밀>을 읽어갈수록 나는 왠지 모르게 하품이 났다. 그것은 느슨한 전개 탓이었는데, 아래 줄거리에서 상세하게 설명하겠다.

빙의&#44; 2002년 창해판
비밀, 2002년 창해판

히가시노 게이고 프로필

1958년 오사카에서 출생했다. 고등학교 때 추리소설 습작을 했던 히가시노 게이고는 대학은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했다. 
1985년 추리소설 『방과 후』로 문단에 데뷔했다. 1999년 『비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갈릴레오 시리즈 중의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으로 2006년 제134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을 패러디한 2012년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주오코론 문예상을, 2013년 『몽환화』로 제26회 시바타렌자부로상을, 2014년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제48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중에서 반전이 가장 돋보이는 소설은 <위험한 비너스>(2017)↗이다. 반전의 끝판왕이라고 할 만한 추리 소설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비밀 줄거리

시대배경은 1985년 일본. 올해 마흔 인 헤이스케는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의 생산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아내 나오코는 친정 사촌 오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딸 모나미를 데리고 나가노로 향한다.

야간 근무를 마친 헤이스케는 텔레비전 뉴스를 보다 아내와 딸이 탄 버스전복 사고을 듣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다. 중상을 입은 나오코는 잠시 의식을 회복하지만 역시 의식 불명인 딸 모나미의 손을 잡자마자 숨을 거두고 만다.

그리고 잠시 후 인형처럼 잠들어 있던 모나미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열두 살 난 딸 모나미의 몸에 나오코의 영혼이 빙의되는 순간이었다.

훗날, 나오코 모녀를 구조한 소방관은 구조 당시의 상황을 헤이스케에게 이렇게 전했다. 절벽 아래 떨어진 버스 안에서 부인이 따님을 꼭 안고 온몸으로 유리 파편을 막아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빙의가 된 것일까?

아무튼, 헤이스케와 나오코는 아무도 믿지 않을 이 이야기를 둘 만 아는 비밀로 묻어 두기로 하고, 나오코는 딸 모나미인척 연기를 하면서 모나미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등교를 한다.

여기서부터 헤이스케의 고민이 시작된다. 아무리 딸의 몸에 아내가 빙의되었다지만 차마 초등학생인 딸과 잠자리를 가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래서 모나미의 담임선생 다에코가 직업적인 창녀처럼 요염한 몸짓으로 그를 유혹하는 걸 상상하며 자위하곤 했다.

그리고 삿포르까지 출장을 가서 유곽에 들렀지만, 어찌 된 셈인지 헤이스케는 발기되지 않았다. 헤이스케는 딸을 아내로 봐야 할지 딸로 봐야 할지 헷갈렸지만 그래도 나름 아내에 대한 정조를 지키며 사는 셈이 되었다.

반면 모나미는, 정확히는 모나미의 몸을 가진 나오코는 후회로 가득 찬 전생 같은 삶을 두 번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공부를 열심히 하기 시작하여 명문 사립 중학교에 진학하고, 또 의과대학을 목표로 남녀공학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나오코가 의과대학을 목표로 하게 하면서 헤이스케와 더 이상 놀아줄 시간이 없었다. 공부는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며 테니스부에도 들었다. 헤이스케는 짧은 테니스복을 입고 라켓을 흔드는 나오코를 떠올리며 가늘고 긴 아내의 다리에 젊은 남자들의 시선이 박힌다고 생각하자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랬다. 헤이스케는 여자로 성숙해지는 나오코를 보며 젊음을 손에 넣은 그녀를 질투하고, 나오코와 청춘을 즐길 수 있는 젊은 남자들을 질투했다. 그러면서 나오코에게 연애감정이나 육욕을 가질 없는 자신의 신세를 저주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비밀 결말

급기야 헤이스케는 나오코의 전화까지 도청하는 사태까지 이르러고, 크리스마스이브날 나오코가 남장와 만나는 현장을 급습하고, 남자친구를 강제로 떼어놓고, 그야말로 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날 이후 나오코는 그와 말을 섞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딸의 몸에 거짓말같이 모나미의 의식이 돌아와 있었다. 처음엔 잠에서 깨어났을 때만 아주 잠시만 모나미였지만 날이 갈수록 모나미가 돌아와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다 어느 날 나오코는 모나미의 몸에 두번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세월이 흘러 모나미는 의사가 되고 결혼식을 올리게 된다. 결혼식장으로 향하던 헤이스케는 옛날 나오코와 둘이서 자신들만 알게 숨겨둔 결혼반지를 모나미가 꺼내 다시 결혼반지를 제작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나오코가 의도적으로 모나미인 척 연기를 하고 있는 결정적 단서라고 헤이스케는 생각하며 소설은 끝난다. 

히가시노 게이고 비밀 독후감

이 소설은 딸의 몸에 빙의된 아내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으로 시작했지만, 헤이스케가 어린 딸이 점점 자라나 성숙한 여자가 되자 남자들과 어울리는 것을 질투하고 염탐하고 그런 딸을 가스라이팅하는 것이 줄거리의 태반이다.

추리소설 <비밀>은 추리소설 답지 않게 전개가 한없이 느리고 내용은 유치하기 이를 데 없다. 마흔 아빠가 십 대 딸의 생활을 감시하고 질투한다는 것 자체가 유치할 수밖에 없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을 읽을 때면 늘 드는 거부감이 있다. 히가시노의 여주는 언제나 조신하고 현모양처 역할로 정형화되어 있다. 아내는 언제나 남편을 위하여 요리를 하고, 남편의 눈치를 보며 주눅 들어 산다.
여성은 언제나 남성의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쯤으로 묘사된다. 작가가 아무리 1958년생이라지만, 너무 꼰대스럽지 않은가. 작가라면 그래도 조금 깨어있는 시늉만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아내가 딸의 몸에 빙의되었다는 설정은 기발하기는 하지만, 어딘가 불온한 냄새가 난다. 다분히 정신분열증적이고 변태적인 작가적 상상이다. 그러나 어쩌랴, 자극적인 소재가 잘 팔리니까 적당히 이해할 수밖에.

소미미디어 2021년판 표지
소미미디어 2021년판

도서관에서 내가 읽은 <비밀>은 2002년 번역 출간된 두 권 짜리였다. 글자크기도 크고 행간도 넓었다. 한 권으로 해도 충분할 것을 왜 분량을 늘려 두 권으로 출간했나 했는데, 2021년 번역본은 한 권이니 그나마 다행이다. 

 

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줄거리와 결말

백조와 박쥐(현대문학, 2021)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2021년에 발표한 장편 추리소설이다. 1985년 문단에 데뷔했으니 2021년은 작가 생활 36년 차일 때 발표한 소설이다. 데뷔 후 50편 넘게 작품을 썼다

ilogline.tistor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