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이 잘못됐습니다, 독후감
독서법이 잘못됐습니다(필름, 2022)의 저자 아바타로는 '사람은 독서를 통해 스스로를 지키고, 인생을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저자가 말하는 '아웃풋 output' 독서법이라는 것이다.
책날개를 보니 아바타로는 일본에서 1년 만에 구독자수 15만 명을 돌파하며 큰 인기를 얻은 서평 유튜버라고 한다. 와세다 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낮에는 외국계 기업의 관리직으로 일하고, 밤에는 유튜브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아바타로의 아웃풋 독서법
저자가 말하는 아웃풋 output 독서법의 대강을 정리하자면 이렇다. 저자는 독서를 독해로, 밑줄 긋기나 포스트잇을 자신의 발자취를 남김으로, 요약을 구조화로, SNS 게재를 발신으로 표현했다.
① 책 제목이나 목차를 보고 어떤 책일까 가설을 세운다. 글의 처음과 끝을 먼저 읽고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을 확인한 후 책을 읽으며 저자와 인터뷰한다는 생각으로 저자의 주장이나 근거에 태클을 걸어보라는 것이다.
② 저자가 강조한 부분은 밑줄을 긋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는 포스트잇을 3개 이내로 부친 후, A4용지 한 장으로 요약을 하고, 블로그나 서평 사이트, 유튜브 등에 올리라는 것이다.
자, 어떤가? 새로운 사실이 있는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 책을 이렇게도 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당신의 '독서법이 잘못됐습니다.'라고 포장하여 책을 낼 수 있는 용기(원제는 ~~ 독서술이다) 말이다.
책과 독서법
책은 경건하게 읽어야 한다는 풍조가 있다. 아마도 수많은 독서 명언의 영향도 한몫했을 것이다. 독서는 마음의 양식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 책은 말없는 스승이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등등의 독서 명언을 떠올려보라.
그런데 책 한 권을 읽었다고 해서 사람은 변화되지 않는다. 설령 수천 권을 읽었다고 해도 인간은 좀처럼 변화되지 않는다. 내가 바로 그 증거다. 책도 영화나 음악처럼 한 순간을 감상하는 복제된 대상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헤르만 헤세가 들으면 기겁하겠지만 양장본으로 책을 출판하는 것은 지나친 사치일 뿐이다.
영화를 보러 가서 감동을 받았으면 절로 눈물이 나고 영화가 재미가 없으면 중간에 박차고 나올 수도 있다. 좋은 영화는 그 감동이 오래가고 그저 그런 영화는 그 영화를 보았다는 사실마저도 금세 휘발된다.
책도 그렇다. 자신의 기억에 오래 남아 있지 않은 책은 당신이 그 책을 잘 못 읽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책이 당신에게는 감흥을 주지 않았던 책이었을 뿐이다. 좋은 영화나 책은 애써 기억하지 않더라도 오래 가슴에 남아있기 마련이다.
다른 세상사와 마찬가지로 독서법에도 정답은 없다. 그러니 세상에 잘못된 독서법도 있을 수 없다. 자기가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선택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읽으면 그만이다.
책을 읽고 A4용지 한 장으로 책을 요약하겠다는 정성이 있으면 그렇게 해도 되지만 독서라는 행위에마저 매번 뭔가 아웃풋을 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시간 낭비이다. 인생이라는 게 매우 짧아서 감상하기에도 바쁜 법이니까.
이 책의 저자는 예산을 잘 세워서 워런 버핏이 투자를 하듯이 좋은 책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방법을 장황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설마 그렇게 책을 사실 분들은 아마 없을 거라고 본다. 영화를 그렇게 보지 않듯이 책도 마음 내킬 때마다 뽑아 들어야 그나마 잘 읽게 된다.
나의 독서법
나의 독서법은 이렇다. 제일 먼저 책날개에서 저자의 프로필을 살펴보고 곧장 에필로그나 작가 후기부터 읽는다. 그리고 서문이나 프롤로그를 읽고, 작가가 이렇게 쓰기를 원했었는데 후기를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구나 짐작하곤 한다. 작가들이 책을 다 쓰고 난 후 제일 마지막에 심혈을 들여 쓰는 곳이 서문이니까 머리말은 꼭 읽어보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목차를 일별한 후 본문을 차례대로 읽어나간다. 물론 재미있는 곳만 쏙쏙 골라 읽어도 좋은데 나의 경우는 그렇게 읽으면 작가의 글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어서 언제나 처음부터 끝까지 쭈욱 읽는다. 특히, 풍경 묘사는 집중해서 읽는 편이다. 여행지에서 본 풍경보다도 작가들이 묘사한 풍경에서 더 깊은 울림을 줄 때가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밑줄을 긋거나 포스트잇도 되도록이면 붙이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속도감이 떨어지며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만약 중요하거나 감동적이었던 부분을 다시 읽고 싶다면 책을 다 읽은 후에 봐도 늦지 않다. 목차를 보면 대부분의 경우는 빠르게 다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아주 잠깐, 아 이 책 재미있다 또는 지루하네 생각할 뿐이다. 재미있었다면 왜 재미 있었지? 재미있었던 포인트를 서너 가지만 떠올려보고 그냥 빠이하는 것으로 끝이다(요즘엔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과정이 추가되었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은 예부터 다상량이라고 했다. 독서에도 왕도는 없다. 그냥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면 된다. 굳이 생각을 많이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절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다문 다독 다상량 多聞多讀多商量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며, 많이 생각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