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박한 정리2, 이지영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 드립니다.
신박한 정리2, 2회 차 가수 길건 편을 봤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쌤앤파커스, 2020)를 읽으면서 이 야무딱진 저자는 누구일까 궁금했었는데 방송으로 보니 생각과는 달리 후덕한(?) 인상이라 쬐금 놀랬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라는 이 무시무시한 제목을 단 책은 킬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집을 신박하게 정리하는 기술을 담은 실용서이다. 저자 이지영은 공간 크리에이터라고 한다.
신박한 정리, 이지영 소개
공간 크리에이터, 우리 집 공간 컨설팅 대표이자 tvN 신박한 정리 1에 출연했고, 현재 시즌 2에도 출연하고 있다.
유치원 교사를 하던 이지영은 결혼 후 신혼집에서 취미 삼아 해본 인테리어와 가구 리폼이 주위에 입소문 나기 시작하자 공간 컨설팅·크리에이팅 사업을 창업했고,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대구에서 시작한 우리 집 공간 컨설팅은 얼마 전 서울에도 직영점을 오픈하였고, ‘정리 왕 썬더이대표’로 불린다.
당신의 집을 신박하게 정리를 하면 삶이 바뀐다는 이야기가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에 담겨 있다. 그런데 책을 읽은 느낌과 방송은 확연히 달랐다. 역시 방송은 조금 과장되고 비포 앤 애프터를 극적으로 보여준달까?
신박한 정리 2회 차 가수 길건 편을 보면서 정작 놀랐던 것은 길건 씨 집의 비포 애프터가 아니라 가수 길건의 삶이 나를 놀라게 했다.
신박한 정리 2에서 원조 섹시 디바 길건 씨는 40평대 하우스에서 살다 좁아터진 10평대 하우스에서 가내수공업 같은 걸 하고 있었다. 그러니 잡동사니로 실내가 쌓일 수밖에. 그래도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은 길건의 집을 깔끔한 인테리어와 신박한 실내로 바꾸어내었다.
이지영의 신박한 정리 방법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의 신박한 정리의 대원칙을 정리하면 이렇다. ①집 안에 정리하고 싶은 물건을 몽땅 꺼낸다. ②꺼낸 물건들을 책, 옷 등 카테고리 별로 한 곳에 모으고 전체 물량을 파악한 후 버릴 것은 버린 후, 카테고리별로 한 공간(방)에 다시 재배치 한다.
예컨대 집안 곳곳에 흩어져 있는 책장과 책들을 모두 꺼내어 한 곳에 모은 후 더 이상 보지 않을 책들은 버리고 필요한 책들은 한 공간에 다시 재배치하는 식이다. 이지영은 가구도 가능하면 재활용하여 새로운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있는 집안이라면 아마도 장난감이 집 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을 것이다. 그걸 한 곳에 모아서 일테면 '아이들 장난감 방'을 만들어 주면 된다.
신박한 정리 2, 길건 편에서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은 아마도 이 원칙에 따라 일주일 동안 길건 씨의 집안 물건들을 다 끄집어내어서 한 곳에 모은 후, 카테고리별로 각 방으로 다시 재배치 했을 것이다. 그랬더니 길건의 거실이며 방 등 실내가 아주 화사하게 변모했다.
(실제 작업은 일주일이 아니라 딱 하루 동안 이루어진 일이라고 저자 이지영 씨가 아래 댓글로 남겨주셨다)
"공간크리에이팅은 일주일이 아니라 딱 하루동안 이뤄지는 일입니다."(아래 댓글 참조)
신박한 정리가 언제까지 유지될까?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를 읽으면서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의 신박한 정리 기술의 가장 큰 장애물은 만약 집안에 알파룸이 없다면 하는 거였다.
만약 책을 한 곳에 모을 공간이 없다면? 만약 장난감을 한 공간에 모을 공간이 없다면? 이지영은 한때 유행했던 미니멀 라이프에도 일침을 놓았다. 미니멀 라이프 한답시고 추억이 스린 소중한 물건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모아 둘 곳이 있는데도 버렸다가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기기 마련이니까.
이지영의 방식은 집 안의 모든 물건을 카테고리별로 정리하여 재배치 할 여유 공간이 있을 때 효율적이다. 1인 가구인 길건도 18평대에 살고 있으니 이지영이 공간 크리에이트가 가능했다는 이야기이다. 만약 그녀가 9평에 살고 있었다면 물건을 조금 더 줄여야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집을 신박하게 정리해 놓아도 살다 보면 초심은 온데간데없이 집은 어수선해지기 마련이다. 공간 크리에이터가 재구성한 길건 씨의 집도 그녀가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1년 후쯤이면 원래 모습대로 돌아갈 있을 공산이 크다. 장난감도 방에만 있는 장난감은 이미 장난감이 아니라 인테리어 소품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미니멀라이프가 필요한 이유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미니멀라이프이다. 인생은 먼지가 쌓이듯 살다 보면 잡동사니가 이곳저곳에 쌓이게 마련이다. 청소를 매일 하듯 미니멀 라이프도 매일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위 사진은 방학을 마치고 아들딸이 가고 나서 방을 정리하면서 나온 골동품들이다. 바이오 초기버전의 노트북과 그림을 그릴 때 쓰는 전자 기기들이다. 추억이 스린 물품을 버릴 때는 누구나 쓰라리기 마련이다.
이지영은 상패를 보관하는 방법으로 상패의 사진을 찍어서 추억은 전자앨범으로 회상하고, 실물 상패는 박스에 차곡차곡 넣어서 보관하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박스를 둘 공간이 없으므로 사진만 남기고 이제 그만 과감히 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이번에 서울로 간 딸아이 방을 대대적으로(?) 정리했었는데, 책 종류가 단연 가장 많았다. 무려 '어린이 공룡 백과'도 나왔다. 만약 우리 집이 충분히 넓다면 아이들이 학창 시절에 머리를 싸매고 공부했던 책들을 보관하고 싶지만 공간이 여의치 않다.
그렇다고 해서 공간 크리에이터 이지영의 방법론이 무용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지영은 의뢰를 받아 의뢰인의 집을 산전벽해 수준으로 딱 하루 만에 환골탈태시키는 전문가다. 살다 보면 전문가의 손길이 대대적으로 필요한 순간이 있을 수 있다.
그저, 나는 청소를 하듯 틈틈이 내 인생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재활용 날짜에 맞추어 일주일 단위로 버리고 있다. 일테면 책은 고민 고민해서 일주일 한두 권 정도 버린다. 그러면서 내 삶을 비워가는 연습을 한다. 실전처럼.
<올해의 목표는 다정해지기입니다>를 쓴 일본의 이치다 노리코는 구석구석 내 눈길과 손길이 미치는 산뜻하고 깔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만약 집 안에 내 눈길과 손길이 미치지 않는 물건이 있다면, 그 물건은 버려도 좋은 물건이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수도 없이 미니멀 라이프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역시 스스로 깨닫지 않으면 그 의미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없어요.
이제 많은 물건을 감당하기에는 체력도 기력도 부족합니다. 새로운 무언가를 얻기보다는 시원스레 삶을 비워두고,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소파에 앉아 느긋하게 읽는 시간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 이치다 노리코, 올해의 목표는 다정해지기입니다. 중에서
아 - 잠깐, 미니멀라이프를 위한 옷 정리의 제1원칙은 이것이다.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은 그만 버려도 좋다. 책 정리의 제 1원칙도 이렇다.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은 그만 버려도 좋다. 아마도 그 옷과 책은 당신의 인생에서 다시 입을 일도, 다시 읽을 일도 없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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