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 시장을 이기는 전략
제임스 오쇼너시의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What Works on Wall Street, 에프엔미디어, 2021)은 시장의 단기적인 출렁임을 극복할 수 있는 계량 투자, 퀀트 투자 전략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1996년에 1판이 나왔고, 4판은 2011년에 출간되었다. 국내에는 10년이 넘은 2021년에서야 이건 선생에 의해 번역 출판되었다.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에는 시가총액, 매출액, 주가수익배수(PER), 주가순자산배수(PBR), 배당수익률, 현금흐름, 재무비율 등이 투자 수익률에 미치는 결과를 과거 90년 데이터로 '종합 백테스팅' 방법으로 분석하여 투자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오셔너시의 분석 결과들을 보고, 과연 어떤 전략이 투자 성과가 훌륭하고 어떤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리밸런싱해야 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저자 제임스 오쇼너시 소개
오쇼너시자산운용(O’Shaughnessy Asset Management)의 회장이자 공동 최고 투자책임자(CIO)다.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오쇼너시 캐피털 매니지먼트(Netfolio)의 CEO 겸 회장, 베어스턴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와 임원을 역임했다. 고객의 자산 규모, 세금, 위험 수용도, 수수료, ESG 등을 아울러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디자인하는 데 특화된 오쇼너시자산운용은 2021년 말 현재 프랭클린템플턴에 인수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그는 오랫동안 미국을 대표하는 금융 전문가이자 퀀트 분석의 선구자로 인정받아 〈배런스〉는 ‘세계 최강’이자 ‘통계 전문가’로 불렀고, 〈포브스〉는 2009년 2월에 ‘전설적 투자자’로 벤저민 그레이엄,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그를 꼽았다.
그의 대표작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What Works on Wall Street)》은 〈뉴욕타임스〉와 〈비즈니스위크〉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Invest Like the Best》, 《How to Retire Rich》, 《Predicting the Markets of Tomorrow》도 펴냈다(책날개)
참고할만한 국내 계량, 퀀트 투자 서적
국내 번역 출간은 늦었지만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은 국내의 계량 투자 서적들의 기원으로 볼 수도 있다. 국내 계량 투자 전도사 문병로는 이 책의 제3판을 읽고 <매트릭 스튜디오>를 집필하는 동기를 얻었다고 추천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문병로 교수는 이 책을 읽고 최적화 기법을 이용해서 주식 투자 엔진을 만들었고 옵투스 자산 운용이라는 계량 투자회사를 만들었다.
참고할만한 국내 퀀트 투자서적으로는 <문병로 교수의 메트릭 스튜디오>(김영사, 2014), <할 수 있다! 퀀트 투자>(강환국, 에프앤 미디어, 2017), 홍용찬, <실전 퀀트 투자>(홍용찬, 이레미디어, 2019) 정도가 있다. 메트릭 스튜디오는 계량 투자의 교과서적 성격이고, 강환국과 홍용찬의 저서들은 실전에서 계량 투자 전략으로 포트폴리오를 실제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성격의 책이다.
수학과 알고리즘만으로 투자를 실행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퀀트 Quant'라고 하는데, 위의 책들은 퀀트라기보다 계량 투자 서적들이다. 수학과 알고리즘으로 무장하여 맹활약하는 퀀트들의 세계가 궁금하신 분들은 헤지펀드에서 퀀트 권용진이 쓴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카멜북스, 2017)를 참고할 수 있다.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는 퀀트 세계의 입문서로서 퀀트들의 흥미진진한 세계를 소설처럼 엮은 책이다. 아마존의 CEO인 제프 베조스도 퀀트 출신이었으니, 퀀트를 꿈꾸시는 분들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이 말하는 투자전략은?
이 책은 기업의 크기, 매출액, 배당, 순이익 등 어떠한 요소들을 어떻게 결합해야 탁월한 투자 성과가 나오지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은 투자전략은 오해의 위험이 있어 소개는 생략하기로 한다. 다만, 제임스 오쇼너시가 말하는 주식 시장을 이기는 투자 전략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왜 사람들이 엉뚱한 시기에, 엉뚱한 주식을 자기 느낌대로 사고 팔게 되는지를 간단히 정리한다.
제임스 오쇼너시는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바로 탁월한 성과를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펀드매니저에게 돈을 맡기느니 차라리 원숭이에게 다트를 던지는 게 해서 종목을 선정하는 것이 투자 성과가 더 낫다는 연구결과도 여럿 있다. 실제 S&P500 지수도 따라가지 못하는 펀드가 여전히 70%가 나오고 있다고 오쇼너시는 말한다.
그럼 전문가라는 양반들이 일부러 투자 성과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일까? 투자 실적이 좋으면 몸값도 올라가고 명성도 올라갈 텐데 말이다. 그럼 왜 그럴까? 오쇼너시는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이 거둔 눈부신 연구성과를 잘 정리해서 설명해 놓았다.
인간은 원래 태생적으로 합리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판단력이 부족한 존재다. 방대한 데이터를 만나면, 사람들은 냉정하게 분석하는 대신 어림짐작으로 지름길을 찾아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기분 나빠한다는 거다. 예컨대, 누구나 자신은 평균 이상이라고 대답한다. 거의 모든 응답자가 자신의 운전 능력이 상위 10~20%에 속한다고 답한다. 이는 통계적으로 불가능한 대답이지 않은가?
인간은 과신과 낙관이 지나치셔 자신은 통제력이 있다고 늘 착각하며 살아간다. 특히 투자자들은 늘 이러한 인간 본성에 압도당하여 무릎을 꿇는다. 이러한 본성은 객관적인 통계에 의지하기보다, 즉 확률적 사고를 하기보다 언제나 자신이 경험한 생생한 스토리에 의존하게 만든다. 뭔가 대박 날 것 같은 스토리가 있는 종목에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인간의 두뇌는 손실을 회피하도록 각인되어 있고, 이익은 추구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이익 추구의 동인은 미래에 얻는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다. 이런 기대감은 진화 관점에서는 타당할지 몰라도 투자에서는 매우 어리석은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오쇼너시는 역사상 주식 시장의 거품은 사람들의 이익 추구 활동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흔히 사람들은 최근 이익을 맛보고 나면 향후에도 계속 이익을 맛보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리가 이익을 기대할 때 활성화되는 두뇌 부위는 성행위나 마약을 기대할 때 흥분하는 두뇌 부위와 일치한다. 이는 건전한 투자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정신 상태가 아니라는 뜻이다."(83쪽)
우리는 대체로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을 갖고 살아간다. 운전이든, 연애든, 투자든 말이다.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은 인간이 갖고 있는 갖가지 편향들을 제거하는데 일정 부분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책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시장을 이길 수 있는 투자 전략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투자 분야에서 좋은 책 찾기는 백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시중에 나온 주식 투자서적은 개인적인 일화를 일반화한 수필 아니면, 그가 주장하는 투자전략을 검증할 수도 없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주식 투자를 시작하기 전에 적어도 계량 투자 서적 한두 권쯤은 읽어보고 난 이후에 입문하시길 권한다.
월가의 퀀트 투자 바이블은 800쪽이 넘어간다. 다양한 투자전략을 백 테스팅한 결과들을 상세하게 담고 있기에 두껍다. 그러나 소화하기에 따라 전장에 나서는 전사들에게는 두툼한 갑옷과 긴 창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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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트들의 흥미진지한 세계와 인공지능이 바꿀 금융 투자의 미래 전망은 아래 글 참고
인공지능 투자가 퀀트 알고리즘 전쟁의 미래
제임스 오쇼너시는 이 책에서 제이슨 츠바이크의 <투자의 비밀>에서 소개하고 있는 실험 결과를 인용하고 있어 링크를 걸어둔다.
투자의 비밀, 우리는 왜 늘 투자에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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