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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이야기/한국소설

천명관 '고령화 가족' 책 줄거리와 결말

by 로그라인 2023. 5. 15.

천명관의 장편소설 <고령화 가족>(문학동네, 2010)는 소설 고래를 찾다가 책장에서 발견한 책이다. 다시 읽어보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고령화 가족의 줄거리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아, 이런 소설이었구나, 했다. 사람의 기억은 많이도 왜곡되고 휘발된다. 

소설 고령화 가족은 송해성 감독에 의해 2013년 영화화되었는데, 윤여정과 윤제문, 공효진, 박해일이 주연을 맡았다. 소설을 읽으니 배우들의 표정들이 절로 떠올랐다. 특히, 윤여정과 윤제문의 빼어난 연기는 원작과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았다는 기억이 새삼 난다.
2013년 어느 여름날, 대구 시내 한 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었는데, 벌써 10년이 지나버렸다.

작가 천명관 소개

1964년 경기 용인 출생. 골프 가게 점원, 보험 외판원 등을 하며 이십 대를 보냈다. 서른이 넘어 신씨네 영화 <미스터 맘마>의 롯데시네마 입회인으로 시작해서 기획시대 총무과장으로 일하다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영화 <총잡이>, <북경반점> 등의 시나리오는 영화화 됐다. 배창호 감독이나 이명세 감독의 연출부에 기웃거렸으나 오랫동안 감독 데뷔를 하지 못하다가 지난해가 되어서야 비로소 장편영화 <뜨거운 피>(2022)로 감독 데뷔를 했다. 그의 꿈이 이루어진 셈이다.

마흔 즈음, 동생의 권유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03년 문학동네신인상 소설부문에 '프랭크와 나'가 당선되어 소설가가 되었고, 2004년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에 <고래>가 당선되었다. <고래>는 이후 부커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수작이었다. 관련 글은 아래 링크 참조.

천명관 고래 부커상 최종 후보, 줄거리와 결말

계간 '문학동네'에 장편소설 '사신(死神)과의 하룻밤'을 연재했고, 작품으로는 윤여정 주연으로 2013년 영화화된 <고령화 가족>(2010)과 <이것이 남자의 세상이다>, <필면조와 달리는 육체 노동자>,  <유쾌한 하녀 마리사>, <나의 삼촌 브루스 리>, <퇴근> 등이 있다.

책표지
책표지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 가족 줄거리

소설 속 화자는 나(오인모)는 영화감독의 꿈을 안고 영화판에 뛰어들었으나 12년 전에 찍은 영화 한 편 때문에 충무로 뒷골목을 배회하는 낭인 신세가 되었다. 첫 영화가 끔찍하게 망했고, 제작사는 파산했다. 아내는 바람이 났고 이혼한 나는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인모는 닭줄을 먹으러 오라는 엄마의 전화를 받고 낭떠러지 말고도 또하나의 선택지가 남아 있다는 걸을 깨닫는다. 나이 마흔여덟에 칠순이 넘은 엄마 집에 얹혀 다는 건 생각만 해도 쪽팔리고 민망한 일이었지만 더 끔찍한 건 엄마 집에 이미 쉰두 살 된 형(오한모)이 얹혀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형의 별명은 '오함마'였다. 오함마란 공사판에서 바위를 깰 때 쓰는 커다란 망치를 가리키는 말이다. 오한모는 툭하면 붉은 별돌로 사람을 쳤고 감옥소에도 들락거려 전과 5범이 되었다. 오락실을 하다 말아먹고 노모에 빌붙어 살고 있는 것이다.

엄마의 집은 신도시 외곽, 기찻길을 따라 나란히 늘어선 낡은 연립주택이었다. 근처 아파트에서 경비로 일하던 아버지가 직장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다 승용차에 치여 죽었을 때 보상금을 받아 마련한 집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집의 딸 미연이 퍼렇게 몸이 든 눈자위를 가리고 그녀의 딸 민경을 데리고 엄마의 집으로 밀고 들어온다.

미연의 말에 의하면 '그 개 같은 인간'이 툭하면 '술을 처먹고' 들어와서 멀쩡한 사람을 '개 패듯 패는데 그동안 참다 참다 마침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오늘 민경을 데리고 집을 나와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엄마 집에 들어와 함께 살아야겠다는 거였다.

그러나 실상은 미연이 그녀가 운영하는 카페에 아르바이트하러 온 대학생 놈과 바람을 피운 걸 온 동네 사람들이 다 알아 남편이 쪽팔려서 이혼을 했다는 것이다. 미연은 벌써 이혼을 두 번째 당했다.

낡은 연립주택에 다섯 식구가, 그것도 실업자인 아들 둘과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쫓겨난 딸과 손녀까지 거두어야 하는 노모의 심정은 어땠을까?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는 온 식구가 한데 모여 살면서부터 엄마에게 알 수 없는 활기를 느낀다. 얼굴에 생기가 넘치고 목소리까지 밝아졌다고 생각한다.

고령화 가족 58쪽
고령화 가족 58쪽

화장품 외판원을 하면서도 노모는 장성한 두 아들의 삼시 세끼를 꼬박꼬박 차려주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소설 <고령화 가족>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나'의 입장에서, 나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런다 민경이 가출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나는 서서히 가족을 새롭게 보게 된다. 

가출한 민경을 찾기 위해 나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로 영화를 찍기로 하고 계약금을 받아 대구로 민경을 찾아 나서기로 한다. 바로 그때 오함마가 민경이를 대구에서 구출하여 집으로 데려온다. 전국망을 가진 조폭에게 부탁하여 민경이를 찾아왔고, 그 대가로 오함마는 불법 카지노 업체 바지사장을 하다 대신 감옥에 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천명관 고령화 가족 결말

'나'는 가족과 함께 부대끼며 살다 보니 형이 두 살 때 그의 어머니가 폐병으로 죽었고, 자신의 엄마는 재취로 들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또, 엄마가 전파사 구 씨와 바람이 나 딸 미연을 낳아 돌아왔다는 것까지도.

그러니까 씨앗 다르고 배 다른 삼 남매였다. 그리고 엄마는 같은 구 씨와 다시 합쳤다. 미연의 세 번째 결혼식 날 구 씨가 미연의 손을 잡고 식장으로 들어왔다.

감옥에 가겠다던 오함마는 생각이 바뀌어 카지노를 팔아먹고 미용실 수지 씨와 함께 외국으로 멋지게 날랐다. 덕분에 '나'는 조폭들에게 뒈지게 맞았고, 다행히 영화 서클 후배 캐서린에게 의탁해 몸조리를 한다.

'내'가 더없이 뻔뻔스럽고 저질스러운 애로 영화를 찍고 있는 동안에 엄마는 돌아가셨다. 외국에서 전화를 가끔 하는 오함마는 오토바이 사고로 부모를 한꺼번에 잃은 이웃아이 두 명을 입양해 키우고 있는데, 그것이 자신이 평생 한 일 가운데 가장 잘한 일이라고 했다.

고령화 가족 독후감

워낙 오래되어 기억이 희미하지만 영화에서는 B급 정서가 덜 했던 것 같다. 소설에서는 욕설이 난무하고 애로 영화 이야기며 남녀상열지사도 걸쭉하다. 천명관은 역시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소설가 천명관은 '언제나 텅 비어 있는 컴컴한 부엌에서 우리의 모든 끼니를 마련해 준 엄마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고 했다. 컴컴한 부엌에서 홀로 음식을 만들어본 사람들이거나 본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많은 지점에서 가슴이 울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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