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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18

경쟁에 내몰리는 청년들 아내와 야간 산책을 하고 있을 때 딸이 전화를 했다. 감기가 걸렸는지, 목소리가 잠겨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느라 매일 새벽 다섯 시에 고시원으로 들어간다더니 새벽바람이 추웠나 했다. "아빠, 팀을 어떻게 나누는지 내가 이야기했었나?" "아니, 안 했던 것 같은데" 말은 이렇게 했지만 팀이 어떻게 나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시험을 쳐서 두 개반으로 나눈다는 걸. 그 시험을 준비하느라 딸은 매일 새벽 다섯 시에야 고시원으로 갔다. 그렇게 열심히 했으니까 내심 기대도 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상위 반에 못 들어가면 딸이 자존감에 상처를 깊게 입을 것 같아서였다. "아빠, 시험을 쳤는데, 상위 팀에 못 들었어. 그래서 한 달 동안 재교육받고 프로젝트는 한 달 뒤에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순간, 갑.. 2022. 8. 27.
아내 회사 식물들, 행운목과 친구들 지난번 아내 인사발령 때, 회사에서 회사로 옮기고 남은 식물들을 가지러 밤에 아내 회사로 갔다. 새로 가게 된 회사에 식물을 다 옮길 형편이 안되어 집으로 갖고 왔다. 아내가 사무실에서 키워왔던 식물들이 제법 많았다. 아내가 동료와 함께 손수레로 식물들을 회사 마당으로 옮기고 있었다. 밤에 이사를 하자니 식물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식물들도 밤에는 쉬고 싶고, 잠이 많은 녀석들을 벌써 한 잠에 빠졌을 텐데. 아내는 회사에 자기 방이 따로 없다. 그럼에도 그간 키워온 식물들을 보니 참 많이도 키웠네, 싶었다. 나는 회사에 다닐 때 내방이 있었지만 난초 하나 겨우 건사했었다. 아침에 출근하면 난을 살피고 물을 주곤 하던 그때 그 시절이 순간 생각났다. 지금도 그 난은 잘 자라고 있는지, 그리.. 2022. 8. 21.
딸, 건강하게 연수 잘 다녀와, 역사와 신화 햇빛에 바래면 역사, 달빛에 물드면 신화가 된다 어제 오전 11시쯤 딸에게 우체국 택배를 보냈는데 오늘 오후 다섯 시까지도 배송을 완료했다는 문자가 안 와 우체국에 문의를 했다. 우체국 택배를 보내면 대개는 익일 오전 11시에서 오후 3시 사이에는 배송을 완료했다는 톡이 왔었다. 담당하시는 분은 휴가기간과 폭우가 겹쳐 배송 물량이 밀려 오늘 배송은 힘들 수도 있다고 미안하다는 듯 답했다. 밤 여덟 시쯤 배송을 완료했다는 톡을 받았다. 관공서인 우체국도 밤늦게까지 택배를 하다니,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이 일었다. 딸은 택배를 받았으면 항상 보낸 택배를 잘 받았다고 톡을 한다. 밤 12시가 되어서도 톡이 오지 않아 전화를 했더니, 아직 센터라고 했다. 요즘 고시원에는 자러 언제 가? 했더니 새벽에 간다고 했다.. 2022. 8. 18.
입추에도 폭염, 삼계탕 맛집에서 가을이 온다는 입추 오늘은 가을이 온다는 입추(立秋)이다. 찜통더위인데 가을의 입구라니? 뭔가 이상하다. 기온으로만 보면 우리나라는 입추가 아니라 여름 절정인데 말이다. 일 년을 24로 나누어서 15일마다 절기 하나씩을 나름대로 명명했는데 입추는 열세 번째 절기에 해당한다. 그런데 오늘은 아무리 봐도 입추라고 볼 수 없지 않은가? 더워 죽겠는데 뭔 입추란 말인가. 이게 다 중국 화북지방에 해당사항이 있는 절기라서 그렇다. 우리나라는 절기 하나도 스스로 짓지 못하고 줏대 없이 중국을 따라가야 하나 싶다. 아무튼, 말복은 아니지만 삼계탕을 먹으러 갔다. 코다리찜을 먹으러 가자고 했는데, 와이프가 삼계탕을 먹고 싶다고 했다. 삼계탕을 이렇게 좋아했었나 생각이 들었지만 순순히 따랐다. 몇 번을 갔으니 이제 단골.. 2022.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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