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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

여행작가 안시내 신작 에세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by 로그라인 2022. 7. 20.

청춘의 사랑과 이별,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청년 작가들의 에세이를 자주 읽으려고 노력한다. 청년의 문장에서 땅거미처럼 희미해져가는 청춘을 떠올려보고, 생각의 흐름을 쫓아가는 것이 좋다. 여행작가 안시내의 신작 에세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푸른 향기, 2022)은 내밀한 일기 같은 에세이집이다.

청년 작가들은 더없이 용감하게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밝히고 사생활도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그 당당함도 좋다. 아, 요즘 청년들은 이렇게 연애를 하고, 이렇게 이별을 하는구나. 내가 몰랐던 방식이고, 내가 몰랐던 세상들이다.  

여행작가 안시내 소개

느린 삶을 사는 사람. 여행과 사람, 사랑에 관한 글을 씁니다.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 정복』, 『우리는 지구별 어디쯤』, 『멀리서 반짝이는 동안에』를 펴냈습니다(책날개)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에서 밝힌 안시내의 어린 시절은 이렇다.  사라져 가는 꽃잎 대신 사랑스러운 버찌가 매달렸을 때 서른다섯 어머니가 아빠 없이 시내를 낳았다. 어머니는 딸을 '버찌'라 부르며 키워냈다. 아빠가 떠나간 빈자리에서 모녀는 서로를 죽도록 미워하며, 서로를 열렬히 사랑하며, 애타게 그리워하는 긴 기간을 보냈다. 그리고 지금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목차

Prologue | 여전히 나는 작고 유약하기에

버찌, 껍데기들에 관하여,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자정의 남자, 바보 같은 아난, 손바닥과 손바닥 사이에는, 바다 소년, 칸, 뒤늦은 답장, 불행은 어른이고 어른은 시인이다, 그곳에 흐르는 느린 아침과 밤의 외로움을 사랑했다, 엄마와 외숙모, 주인집 할아버지, 여느 이별, 오후 3시 48분의 대화, 사랑이 어려운 어느 화요일, 외로워서, 외로워서, 외로워서, 내가 외로워서,

열한 번의 장례식, 보통의 하루, 사랑의 점수, 세상에서 가장 긴 십 분, 흉터, 열 개에 만 원짜리 면 팬티를 입는 사람, 두고 온 마음, 두 여자, K와 떡볶이와 순대, 자꾸 장난을 치는 사람, 네가 잠든 사이에,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새벽 3시의 떡볶이와 맥주, 당신에게서 졸업하고 싶지 않습니다, Dream house, Paradise in your heart

Epilogue | Letter To Someone

책 카피
연애와 이별, 사랑 이야기

작가의 문장들

나는 당신에게 말해주고 싶다.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못 하겠지만, 걱정해도 괜찮다고. 내가 함께 들어줄 테니, 다시 같이 길을 걸어보자고. 이제야 당신의 삶을 이해해서 미안하다고. 당신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당신의 모든 모난 부분을 사랑할 것이라고.(작가가 어머니에게)
아직도 고아에서의 시간이 신기루처럼 떠돈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당신의 기억들이 마음을 스친다. 당신은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까. 혹은 존재하지 않을까. 내가 다시 이름을 불러주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뜨면, 파도 소리에 발걸음 소리를 못 들은 채로 있다가 옆을 보면 당신이 있을까.(떠나간 궁짱을 그리워하며)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을 읽고

안시내 작가의 신작 에세이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은 작가의 여행과 연애, 이별과 인생 이야기를 닮은 풋풋한 성장기이다. 올해 서른이라고 했으니, 1993년생이다. 그런데 문장은 꽃다운 청년답지 않게 깊은 생각에서 전해져 오는 울림이 있다. 미문의 욕망때문인지, 설익은 관념에 기댄 문장도 더러 보인다. 그러나 괜찮다. 청춘은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때이니까. 

자칭 타칭 여행작가이지만, 또 SNS에서 여행사진으로 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정작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여행자라고 작가는 이 책에서 고백한다. 작가에게 여행은 성장의 도구였고, 삶을 잠시 지우는 탈출구였으며, 완전한 타인들에게 말을 건네는 시간이었을 뿐이라고. 더 많은 바탕으로 삶을 채우기 위한 삶의 한 도구였던 것이라고 말이다.

작가는 벌써 네 권의 책을 냈다. 작가에게 책은 젊은 날의 성장통을 기록한 두툼한, 모두에게 공개된 일기장이다. 이 일기장을 보며 위로를 받는 청춘들도 있을 것이고, 용기를 내는 청년들도 있을 것이다. 또 나처럼 청년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에서 이해하려 이 책을 읽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알아가는 일은 새로운 세계를 아는 것과 같다. 안시내 작가가 만난 사람들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만난다.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안시내 작가와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이 밤,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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