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 연애를 해라
딸에게 읽어보라고 <딸아, 연애를 해라>(교보문고, 2019)를 권했다. 쭉 훑어본 딸이 한마디 했다. "좀, 고루하네요" 요즘 애들은 책도 금방 파악을 하나보다. 그리고 덧붙였다. "아빠, 연애는 할 줄 몰라서 못하는 게 아니라, 돈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드니까, 못하는 거예요." 이러는 거였다. 맞다. 요즘 이십 대는 공부와 취업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느라 연애할 짬이 없다.
이런 시대에 류수연의 <딸아, 연애를 해라>와 같은 책은 한가해도 너무 한가해 보인다. 딸이 읽지 않고 가버렸으니 나라도 읽었다. 연애도 인생에서 중요한 거니까, 두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연애를 해 보라고 권하는 책이었다. 독후 느낌은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비슷했다.
이 책의 제목은 문정희 시인의 산문 <딸아, 연애를 해라>에서 그대로 따왔다. 저자는 머리글에서 연애가 두렵고 낯선 모든 사람들이 아낌없이 사랑하고, 의심 없이 사랑받고,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하는 존재가 되는 데 이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그들 가운데 내가 사랑하는 두 딸이 함께 빛나기를 진심으로 빛난다고 썼다. 그러면서 남편과 두 딸의 실명도 밝혀 놓았다. 용감하다.
작가 류수현 소개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나와 인하대학교 강의 교수로 재직하며 문학 및 문화 평론을 쓰고 있다. 강의교수가 뭐지?? 저서로는 <뷰파인더 위의 경성>, <한승원>, <할리우드 프리즘>(공저), <박태원과 모더니즘>(공저) 등이 있다.
네이버 연애·결혼판에 '류수연의 언로맨틱 책방'을 연재했고, <인천 투데이>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첫눈에 반해 결혼했으나, 노력 없이는 그 기적이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며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다고 한다.(책날개)
독후감
요즘 애들은 연애도 빨리 한다. 뭐든 빠른 세대니까. 그런데도 저자는 '밥'정을 쌓아가며 연애를 해보라고 조언한다. 연애력이 바닥을 칠 때는 로코라도 보고, 용기 있는 여자가 남자를 차지하니까 고백도 여자가 먼저 해보라고 한다. 세상에 완벽한 이상형이 존재할 리 없으니 눈높이를 낮추어 현실적인 연애를 하라고도 한다. 아마도 그걸 몰라서 연애를 못하는 청춘은 적어도 이 시대에는 없을 듯한데 말이다.
연애와 비혼주의
지금은 독신을 넘어 비혼주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청춘들이 비혼주의를 선택하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개는 불합리한 결혼제도의 억압이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데서 첫출발을 한다. 그리고 출산과 양육에서 예상되는 문제는 물론이거니와 무엇보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보금자리, 즉 내가 과연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라는 경제적 불안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니, 연애도 자연히 기피하게 된다. 그런데 <딸아, 연애를 해라>의 저자 인식은 넘 나이브하다. 교수라서 그런가? 연애할 사회경제적인 토대가 마련되지 않았는데 한 개인이 발버둥 친다고 해서 아름다운 연애를 시작할 수 있을까 싶다.
또, 연애를 해도 헌신만 하다가 헌신짝 되지 않으려면 퍼주기만 하는 연애는 그만두고, 사랑한다면 싸워가면서 밀당을 잘해라고 저자 나름의 꿀팁을 방출한다. 어이쿠, 그걸 누가 모를까 봐. 그런데 사랑을 하게 되면 이상하게도 모두 바보가 되어 버린다. 사리 분별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건 이미 뜨거운 사랑이 아니다. 사랑을 하게 되면 누구나 수호천사가 되어 보호본능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게 사랑의 마법이기도 하고.
하여, 이 책에서는 인용할만한 문장은 찾지 못했고, 저자가 인용한 한 연구결과를 재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oxytocin), 혹은 포옹 호르몬(cuddle hormone)은 지속 기간이 대개 18개월로 알려져 있었는데, 신시아 하잔 교수의 연구는 이보다 더 길어 희망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코넬대학의 신시아 하잔 교수는 5천 명의 연인을 대상으로 상대를 사랑하는 감정을 느끼는 기간을 연구했다. 그 결과 열정적으로 사랑하는 기간은 길어야 30개월 정도이며, 사랑에 빠진 후 1년이 지나면 그 열정이 50%까지 떨어진다고 발표했다. 그녀는 이를 가리켜 '900일간이 폭풍'이라고 표현했다."(217쪽)
뒤늦은 삼계탕
어제가 초복인데 오늘 삼계탕을 먹었다. 꼭 이렇게 뒷북을 잘 친다. 뒷북을 치면 이점도 있다. 복날 삼계탕 집은 분명 붐비었을 것인데, 오늘은 한산했다. 근래 새로 생긴 삼계탕 집이었는데, 식구들이 맛이 좋다며 호평했다. 이번이 세 번째인데, 이 집 삼계탕 맛을 딸이 못 봐 서운했다. 삼계탕도 이제 한 그릇에 16천 원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내벽은 그대로 콘크리트를 노출했고, 기둥과 천장은 나무로 마감했다. 카운트 배경으로 옛 문짝으로 창을 낸 것이 인상적이다. 식당 내부는 너른 창으로 채광이 좋았다. 맛집의 성공 요소 가운데 인테리어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 웬만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맛있게 삼계탕을 먹던 아들이 "인삼주 향이 고소하다." 고 했다. 술이 고소한 맛이라.. 인삼주 한 병을 더 시키려다 참았다. 식사를 마친 아내는 오후에도 일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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