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
어제오늘 로버트 그린의 <유혹의 기술>(웅진싱크빅, 2017)을 읽었다. '권력보다 강력한 은밀하고 우아한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양장본의 이 책의 쪽수는 무려 622페이지이다. 마음을 사로잡고 사람을 이끄는 9가지 유형과 24가지 전략을 담으려니 그만한 쪽수가 필요했나 보다.
저자는 '유혹자'라는 명칭으로 부르지만, 이 책에는 클레오파트라, 카사노바, 돈 후안, 살로메, 서시, 메릴린 먼로와 같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희대의 난봉꾼들이 주요 등장인물로 등장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그들처럼 유혹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겠느냐가 이 책의 주제다. 설마, 카사노바가 되려고 이 책을 읽을 사람은 없겠지만, 2012년 초판 발행된 이 책은 2017년 초판 15쇄를 찍었으니, 고정적인 수요층은 꾸준히 있는 모양이다. 하긴, 나 같은 사람도 이 책을 보니까 그럴 만도 하다.
작가 소개
부활한 마키아벨리로 불린다는 저자 로버트 그린은 저서로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3부작이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버클리)와 위스콘신대학교(매디슨)에서 고전학을 공부했고, 할리우드에서 스토리 작가로 일하다가 작가가 되었다.
로버트 그린이 말하길, 사람은 누구나 유혹에 쉽게 빠져드는 존재다. 그러니 유혹의 기술을 침대에서만 발휘하려고 하지 말고, 모든 도덕적 판단에서 자유로운 태도로 언제 어디서나 상대방을 유혹하다 보면, 유혹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과 노하우가 쌓이게 된다고 한다.
저자가 또 말하길, 유혹은 흥분과 스릴을 느낄 수 있게 만들어야 성공한다. 즉, 관능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눈부신 몸단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남성의 성적 상상을 자극할 수 있도록 신체의 한 부분을 살짝 드러내고, 나른한 몸짓, 움직임, 태도를 통해 상대방의 욕망을 은근히 부추기며, 기대감으로 흥분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성공한다나.
"세이렌은 마치 사랑과 쾌락을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은근하고 나른한 분위기를 풍겨야 하고, 순결하면서도 에로틱하고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몸짓이 배어 나와야 한다. 은근할수록 더욱 유혹적이다."(41쪽)
글쎄, 이 책을 읽고 유혹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유혹의 기술>은 대체적으로 위와 같은 분위기의 문장들이 622페이지에 걸쳐서 계속적으로 변주되며 지겹도록 반복된다. 이 책에 나오는 유혹의 기술을 터득했다고 해서 '아찔하고 치명적인 매력'이나 '은밀한 욕망'을 자극할 수 있는 사람은 또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유혹의 기술도 타고나는 천부적인 재능에 속한다. 태어날 때부터 그런 끼가 있는 사람은 조용히 살고자 해도 이성들이 몰려든다. 주위를 돌아보면 그런 사람들이 꼭 있다. 저자는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러한 유혹의 기술을 보통 시민이 터득해서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내게 이 책은 교양서를 위장한 쓰레기 같은 책이었다. 물론 이 책을 읽고 분명 영감을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인데, 이렇게 말하는 건 좀 지나친 일이긴 하다. 아무튼, 나는 왜 이 책을 이틀 동안이나 붙들고 있었던 것일까? ㅜ
여름 특강
특강 하러 온 철수 아저씨와 같이 사진을 찍었다며 딸애가 신문 스크랩을 보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유명인사와 같이 사진을 찍게 되어 신기했던 모양이다. 철수 아저씨야, 아이들 힘나게 자주 방문해서 격려해 주시라~.
초복 음식, 따로 있을까?
오늘은 초복이다. 삼복더위라고 했으니 더위가 절정에 이르는 시기로 진입하는 날이라고 할까. 사마천의 <사기>에 진나라(秦) 덕공(德公) 2년(기원전 676년)에 처음으로 복날을 만들어 개를 잡아 열독(熱毒)을 다스렸다고 한다. 그럼 복날이 2,698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전통이란 말?
어렸을 때 복날이 되면 동네마다 개를 잡았던 것 같다. 아마도 보양식이 부족했던 때라 나라에서 장려했던 것 같다. 지금 그랬다간 큰 일 날 것이므로 삼계탕이나 육개장, 설렁탕, 전복죽 같은 보양식을 대신 많이 찾는 것 같다. 우리 가족은 그냥 맘스터치 싸이버거로 점심을 때웠다.
요즘 넘 게으름게으름하다. 전업주부가 며칠째 이리 게으름을 부리고 있으니, 주말 출근했던 와이프가 햄버거를 사 왔다. ㅜ 분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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