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아의 우아한 언어(위즈덤하우스, 2023)는 작가가 좋아하는 사진가들의 전시를 찾아다니고, 사진 수업을 찾아 듣고 부지런히 책과 영화를 보며 아름다움에 천착해 온 이야기를 담은 생활 에세이다.
이 책, 우아한 언어는 여러모로 마음에 쏙 드는 책이다. 우선 책이 작아서 손에 잡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정확하게 문고판(A6)은 아닌 것 같은데, 콤팩트해서 옷 주머니에도 쏙 들어간다.
책 겉표지가 위에 보시는 것처럼 활자로 소박하게 채웠다. 이런 사이즈에 이런 디자인의 책은 처음 보는 것 같다. 작가 박선아의 철학을 최대한 고려하여 책을 디자인한 것 같다. 소란하지 않고 흑백의 음영이 그대로 드러나는 디자인 감각이 맘에 든다.
작가 박선아는 대학에서 문헌정보학을 공부했다. 《NYLON》 매거진 피처 어시스턴트, 《AROUND》 매거진과 안그라픽스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지금은 F&B 브랜드에서 아트디렉터로 일한다.
세 권의 책, 『20킬로그램의 삶』, 『어떤 이름에게』, 『어른이 슬프게 걸을 때도 있는 거지』을 썼고 언젠가 작은 작은 집에서, 넓은 사람과, 깊은 마음으로 살기를 꿈꾼다고 한다.
작가는 대학도서관 예술과학자료실에서 인턴을 하며 사진에 빠져들었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사진 미학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유학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다가 집에 일이 생기는 바람에 가족 곁에 잠시 머물기로 했다.
그땐 사회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떠나도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작가는 그렇게 에디터로 일하게 되었다. 그래도 작가는 그간 해온 일들이 여러 예술과 밀접하게 닿아있고, 여전히 사신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데에서 안심을 한다.
"어쩌면 배움은 한생을 걸쳐 천천히 그리고 오래도록 진행되는 일인지도 모른다. 예술에 있어서는 특히 더.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 봐주지 않더라도, 어느 시절의 내가 그랬듯 지금의 나도 내 눈에 아름다운 사람이 되는 일이 가장 중요하면 좋겠다.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남은 생을 통해 계속해서 미(美)를, 예술을 소리 내어 말해보고 싶다."(52~53쪽)
우아한 언어에는 작가가 미학 수업을 들은 이래로 들고 다녔던 콤펙트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중간중간 실려있다. 작가는 단렌즈를 사랑한다. 작은 카메라는 자세히 찍고 싶으면 자신의 발로 가까이 걸어가야 한다. 작가는 사진을 솔직한 모양으로 기록하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보기에 그녀가 쓴 글 또한 그렇다.
박선아는 아름다움을 탐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눈의 근육이 있다고도 말한다. 다른 근육들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본 것이 쌓여갈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근육이 생긴다는 뜻이다. 작가는 그렇게 붙은 근육으로 에디팅이나 디렉팅을 한다고 했다. 근사한 표현이다.
나는 이런 책이 좋고, 이런 글이 좋다. 꾸미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쓴 책 말이다. 작가의 소망대로 남은 생을 통해서도 계속해서 아름다움을, 예술을 소리 내어 말해주는 사람이 되기를 응원한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금방 친구가 될 것 같다. 그런 느낌을 주시는 분들이 세상에는 아주 드물게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