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김희경과 이지훈이 함께 쓴 집이라는 소중한 세계(안온북스, 2022)는 전원주택을 꿈꾸는 이들이 한 번쯤 참고해 볼 만한 책이다. 집을 짓기로 하고 땅을 찾아보고 설계를 하고 집을 지어나가는 이야기와 거거서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담겨 있으니까.
아내 김희경은 남편보다 호미질을 잘해서 필명이 '호미'란다. 집을 짓고 나서 JTBC 방송작가가 그녀의 SNS를 보고 그들 부부의 집이 방송을 타고 광고회사에서도 촬영을 했다고 하니 꽤 근사한 집인가 보다.
이지훈은 재즈에 진심인 남편이다. 양평에 새로 지은 목조 주택에는 가슴이 꿍꿍 울릴 정도로 재즈를 즐길 수 있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춘 음악방을 만들었다. 안정적인 전압 유지를 위해 정전압 장치까지 갖춘 AV룸이다.
김희경, 이지훈 부부는 남양주의 아파트에 살다, 양평에 새 집을 짓고 이사를 왔다. 이지훈 씨의 출퇴근 거리는 편도 50킬로미터. 양평에서 서울 강남 삼성동에 위치한 직장까지는 대개 한 시간 정도 걸린다. 왕복이면 하루 두 시간이 출퇴근 시간에 소요되는 셈이다.
집이라는 소중한 세계를 읽어보니까 그들 부부는 집을 지을 부지를 찾는 것은 물론이고 집을 지으면서 엄청난 고생을 했다.
"직접 집을 짓다 보면 힘든 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생긴다. 설계화는 과정, 시공사를 정하는 과정, 돈을 마련하는 과정, 인테리어 마감 과정 등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다. 그 와중에 수많은 업체, 숱한 현장 작업자들과 부딪히게 된다."
- 집이라는 소중한 세계 58쪽
그런데 이들 부부는 10년 살 생각으로 양평에 집을 지었다고 했다. 이 동네에는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있지만 고등학교는 없기 때문이란다. 딸아이가 고등학교를 갈 때쯤 이들 부부는 아마 다른 동네를 알아볼 것 같다. 3년을 살았으니 양평에서의 생활은 이제 7년이 남았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딱 10년 살 집을 그렇게 생고생을 하면서 굳이 새로 지을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가적인 전원주택에서 산이 보이고 계절이 바뀌는 풍경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출퇴근 시간에 두 시간이나 소요되는데,라는 생각이 계속 따라잡았다.
하루 중에서 자신에게 허락된 온전한 시간은 출근하기 전 시간과 퇴근 후의 시간을 합치면 대략 6시간 정도 될 것이다. 그 귀한 시간 중의 삼분의 일인 2시간을 길에다 허비해 버린다면 인생이 너무 피곤해질 것 같았다.
그래도 이들 부부는 양평의 전원주택에서 나름 만족감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다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은 어디에서 살든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말이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우린 한 인생을 살면서 집에다 너무 많은 가치 부여를 하고 정성을 기울이며 사는 것은 아닐까. 집값이 오르면 정권까지 흔들릴 정도이니까, 집에 대한 집착은 인간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사람의 성격은 좀처럼 변하지 않지만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다. 나도 한 때 마당이 있는 집이 좋아 보였고 그렇게 집을 지어 살아도 봤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욕망들이 싹 사라졌다. 옷도 그렇다. 그런 곳에 별로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인생은 획 가버린다. 집의 위치나 인테리어, 몸에 걸치는 옷가지에 신경을 기울이다 보면 인생은 더 빠른 속도로 우리를 휙 스쳐 지나가버린다. 어차피 휙 가버리는 것이 인생이니, 그것이 로망이라면 그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집이라는 소중한 세계는 출판사에서는 에세이로 분류해 놓았지만, 에세이라 하기엔 뭐해서 여기서는 자기 계발서로 분류한다. 본 블로그의 자기계발는 분류가 마땅하지 않은 그저 그런 책들을 쌓아두는 창고용 카테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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