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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50

김영하 여행의 이유 줄거리와 독후감 현존하는 소설가 중에서 김영하만큼 자주, 장기간 해외여행을 다닌 작가도 드물 것 같다. 김영하의 (문학동네, 2019)는 작가로서 그토록 자주 여행을 다녔던 이유에 답하는 여행 산문집이다. 김영하는 쉽게 읽히는 글을 잘 쓰는 작가다.사람들은 왜 여행하기를 좋아할까? 여행의 이유야 각양각색이지만, 크게 뭉뚱그려본다면 지치고 무료한 일상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진귀하고 새로운 세계를 맛봄으로써 다시 지루한 일상을 살아나갈 기력을 충전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김영하의  를 읽어봐도 작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는 답정너인 여행의 이유도 작가답게 논리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잘 풀어썼다. 뻔한 말도 진부하지 않은 방식으로 신선하게 풀어서 말할 줄 아는 것이 작가의 역량이기도 하다.작가 김영하 프.. 2023. 5. 6.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 당신에게, 이주혜 첫 산문집 (에트르, 2022)는 번역가이자 소설가 이주혜의 첫 산문집이다. 눈물의 쓰임새는 보통 눈물을 흘리다, 머금다, 거두다 등으로 쓰이는데 작가는 대뜸 우리들에게 눈물을 심어본 적 있는지 묻는다. 그렇게 물어오니 나 또한 살면서 눈물을 심어본 적도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멜랑콜리할 것 같은 이 산문집을 기꺼이 읽기 시작했다. 소설가 이주혜 소개 번역가이자 소설가.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2016년 단편 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 《자두》와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를 썼다. 《모든 빗방울의 이름을 알았다》, 《나의 진짜 아이들》, 《온 여름을 이 하루에》, 《초콜릿 레볼루션》, 《레이븐 블랙》, 《프랑스 아이처럼》,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 《여자에게 어울리.. 2023. 5. 2.
유난하게 용감하게, 김윤미 스타일리스트의 3년 영국 살이 김윤미와 박시우의 (몽스북, 2022)는 패션 스타일리스트 김윤미의 3년 영국 살이 후일담이다. 박시우가 누구냐고? 눈치챘겠지만, 작가 김윤미의 초등학생 딸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엄마가 절반을 쓰고 딸이 절반을 채운 영국 생활기이다. 작가 김윤미는 오래전부터 더 늦기 전에 유럽으로 베이스를 옮겨 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남편의 잦은 야근과 작가의 불규칙적인 촬영 스케줄로 저녁이 없는 삶, 주말이 없는 삶을 몇 년째 지속하고 있었다. 딸 시우를 보면서 '온전히 셋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몇 년이 더 남았을까?' '우리 셋다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과연 뭘까? 하는 생각이 들자 더 늦기 전에 셋이 똘똘 뭉쳐 살아보기를 작정하고 스타일리스트 일을 과감히 중단하고 런던에서 3년간 살아보자.. 2023. 4. 19.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이충녕의 일상 철학법 이충녕의 (위즈덤하우스, 2022)는 "작은 의미에서 큰 의미를 찾는 인생 철학법, 희미한 삶의 기준을 더욱 선명하게 밝혀줄 철학자들의 문장들"이라는 부제에 이끌려 책장을 넘기기 시작한 책이다. 정작 철학자들의 문장은 별로 없었다. ㅋ 사실, 나이를 먹을 만큼 먹다 보니 철학의 쓸모에 대해서는 시큰둥하게 된 지 꽤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인문 교양서적에 손길이 간다. 세상이 워낙 혼탁하게 정신없이 돌아가니까. 미디어는 편향된 뉴스로 도배되고 기껏해야 먹방이나 막장 드라와 예능, 가십거리가 온통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니던가. 여담으로 텔레비전이 바보상자라면 제일 큰 바보는 단연 유재석이다. 채널을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활약은 하긴 하는데, 요즘 청춘들이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 않는게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 2023. 3. 7.
쇳밥일지, 청년 용접공 천현우의 불꽃뛰는 성장 기록 천현우의 (문학동네, 2022)는 불운했던 한 청년 용접공의 성장기를 기록한 일기이다. 어찌 이다지도 운이 없었을까, 개탄하며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주간경향에 연재했던 걸 개고하여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작가 천현우는 두 살 때 고향 마산을 떠나 여덟 살 때 다시 마산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 상도동 집 한 채를 통째로 날려먹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생모는 아니나 가슴으로 낳고 기른 심여사가 이혼과 함께 작가를 데리고 마산으로 왔다. 두 모자는 보증금조차 없어 산호동의 국제여관에서 월세를 내고 살았다. "열아홉 살 무렵엔 어시장 부근 신포동 지하방에서 살았다. 아주 어수선한 동네였다. 만취한 노인들의 고성방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노래방, (···) 요란한 빛깔 네.. 2023. 2. 19.
이야기의 핵심, 완벽한 이야기를 만드는 기본 작법서 작가 지망생들이 눈여겨 볼만한 책 한 권이 나왔다. 리비 호커가 쓴 이야기의 핵심(한스미디어, 2022)이라는 책이다. 끌리는 이야기를 빨리, 완벽히 써내는 비결은 이야기 핵심과 뼈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작법서이다. 저자 리비 호거 2011년 독립 출판으로 시작한 를 비롯해 2022년 출간한 까지 장편 소설을 모두 26편 썼다. 그는 대개 이야기 뼈대를 짠 지 3주 만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한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의 (2018)는 워싱턴 포스터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워싱턴 주립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야기의 핵심은 어떤 책인가 소설 한 편 완성하는데 3주라니?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드물게 그런 재능을 타고난 작가들이 더러 있다. 리비 호커는 그 비결을 소설을 쓰기 전에 미리.. 2022. 12. 20.
듀나,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옛날 영화,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감상문 영화를 본 지 꽤 되었다. 하루에 영화 한 편은 보자, 말도 안 되는 욕심을 낸 적도 있었다. 영화도 부지런해야 볼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걸로 만족하며 살고 있다. 듀나의 (구픽, 2022)는 당신 스스로 영화를 즐겨보라며 채근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듀나(DJUNA)는 희귀한 SF작가이다. 듀나는 필명이고, 성명과 나이 등이 알려지지 않은 소위 얼굴 없는 작가이다. 출판사에서도 이메일로만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하는데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간 듀나의 SF 소설을 몇 편 읽었는데 제목이 기억이 나질 않는 걸 보니 그저 그랬던 것 같다. 경어체로 쓰인 에세이는 이상하게 집중하기 어려웠는데 이 책도 그랬다. 신변잡기식의 에세이가 아닌 경우에 경어체를 쓴.. 2022.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