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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상/독서, 글쓰기

번역가가 되려면,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김고명 번역가 수입

by 로그라인 2022. 10. 12.

김고명의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현직 번역가의 삶, 번역가가 되려면, 번역가 수입

김고명의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좋은 습관연구소, 2020)는 번역가 되려면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번역가의 삶은 어떠한지, 또 번역가의 수입은 얼마나 되는지까지, 현직 번역가의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이다. 한마디로 번역가의 모든 것을 담았다고 평해도 좋을 것 같다.

저자 김고명은 이 책의 독자를 번역가 지망생과 현직 번역가, 그리고 번역가에게 호기심을 느끼는 독서가, 이렇게 세 범주로 나누었다. 애석하게도 난 저자가 상정한 세 범주에 들지 않는 독자다. 제목이 좋으면 그냥 대체로 막 읽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크흡.

저자 김고명 소개

출판 번역가로 12년째 생존 중이다. 성균관대 영문학과 경영학을 복수 전공했다.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인턴에 미끄러진 다음 미련 없이 번역가의 길을 택했다.
글밥 아카데미에서 번역을 배웠고,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했다. 현재 바른 번역 소속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40여 종의 번역서를 출간했다.
대표 서적으로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사람은 무엇으로 성장하는가>, <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등이 있다. '글맛'이라는 필명으로 브런치에 참여하고 있다(책날개에서 발췌)

책표지
책표지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

번역가가 되려면

번역가가 되려면 당연히 독해를 잘해야 한다. 원서를 해석했으면 그걸 또 우리말로 옮겨야 하니 우리 글도 잘 써야 한다. 저자 김고명은 원서 읽기의 시작은 <어린 왕자>부터 하라고 권한다. 원래 뭐든 처음 시작할 때는 '아, 또 한 건 했다!' 하는 성취감이 중요하니까 어렵지 않고 만만해 보이는 게 좋다는 이야기이다.

한 권을 떼고 나면 자신의 관심 분야 중에서 가능하면 분량이 짧은 베스트셀러를 골라 (괜히 폼 잡느라 형식과 방법에 구애받지 않고) 내키는 대로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막 읽는 것이 독해 실력을 늘리는 데 장땡이라는 거다. 

글을 잘 쓰려면

번역가는 영어(원어)보다 한국어를 더 잘해야 된다는 말이 있다. 김고명은 글쓰기 레벨 5가 만렙이라고 했을 때 번역가는 기본적으로 레벨 4는 돼야 한다고 말한다. 글솜씨 레벨 4는 돼야 번역문은 레벨 3 정도 수준으로 나오기 때문이라고.

그렇다면 글솜씨는 어떻게 기를 수 있을까? 독해와 마찬가지로 글솜씨도 쉬운 것부터 꾸준하게 하면 는다는 것이 저자의 주관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최소 열 문장씩은 블로그에 써야 한다는 것이다. 각 잡고 쓰라는 말이 아니라 준비 없이, 부담 없이 편하게 쓰다 보면 몇 달 후 분명히 글솜씨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31쪽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에는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꿀팁들이 이렇게 깨알같이 들어 있다. 꼭 번역가를 꿈꾸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참고할만한 팁들도 많다. 예컨대 저자는 집중력 향상을 높일 수 있는 '뽀모도로 기법'을 소개하는데, 이건 나도 바로 생활에 적용해봐야겠다.

뽀모도로 기법

뽀모도로 타이머(출처: 위키백과, 본 책 48쪽)

뽀모도로 기법(Pomodoro Technique)은 시간 관리 방법론으로 1980년대 후반 '프란체스코 시릴로'(Francesco Cirillo)가 제안했다. 타이머를 이용해서 25분간 집중해서 일을 한 다음 5분간 휴식하는 방식이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를 뜻한다. 프란체스코 시릴로가 대학생 시절 토마토 모양으로 생긴 요리용 타이머를 이용해 25분간 집중 후 휴식하는 일처리 방법을 제안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출처 : 위키백과, 본 책 49쪽)

우리는 학교 다닐 때부터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것이 원칙처럼 되어 있다. 한 시간을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시고 집중도 잘 되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25분간 집중해서 일을 하고 5분간 쉬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김고명은 2012년부터 뽀모도로 기법대로 일을 하고 있으며, 양육과 가사를 감안해 하루 12탕(25분 × 12회=300분, 5시간)을 목표로 뛴다고 한다. 

뭐든, 산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 진짜배기이다. 쉬운것부터 꾸준히! 저자의 이러한 접근법이 마음에 든다. 저자가 말하는 번역 스킬들은 번역가 지망생들에게는 꿀팁이 될 것 같다. 현업 번역가들에게도 번역가 김고명의 일상 스킬들이 인사이트를 던져줄 것 같다.  

김고명은 번역가(그리고 지망생)들이여, 브런치를 개설하고 꾸준히 글을 쓰라. 그러면 출판사에서 연락이 올 것이다, 라고 강권한다. 글 좀 쓴다 하는 작가 지망생들은 브런치에 입성해 있다고. 다만 브런치에 입성하면 '작가님'으로 지칭되기에 입단(?)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브런치 작가들이 낸 책을 몇 권 읽어봤는데 글발이 좋았다.

이 글을 보시는 분 가운데 혹시 작가를 지망하신다면 브런치를 노크해 보시길. 저자 김고명도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이 책,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도 그 결과물이니까. 저자는 브런치 작가가 되면, 당신도 나처럼 될 겁니다,라고 당찬 예언을 붙였다.

번역가 수입

번역료를 원고지 한 장에 4천 원으로 잡고, 하루에 번역 원고 50장을 생산하며 한 달에 20일을 일한다고 했을 때, 월 400만 원이 된다. 여기서 세금 3.3퍼센트를 떼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331만 원쯤 된다.

장당 4천 원이란 번역료는 업계 최고 수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아니다. 저자도 꼬박 10년을 일하고서야 번역료가 4천 원대에 진입했다고 한다.

프리랜서 번역가로 살다 보면 삶의 고충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 김고명은 1. 나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 2. 나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3. 내가 빛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를 습관처럼 되새기며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믿음을 밝혔다.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해보고 싶습니다의 책장을 덮으며 김고명이 번역한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왜냐하면 철학이 있고 꾸준함이 있으며, 무엇보다 그 만의 독특함으로 빛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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