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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46

배명훈 작가 연작소설 타워, 거대한 상상력이 빛나는 한국 SF의 귀환 한국 SF 르네상스와 작가 배명훈 2020년대를 한국 SF의 르네상스라고들 한다. 한국 SF의 르네상스를 다진 초석에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배명훈 작가의 연작소설 (문학과 지성사, 2020)이다. 2009년 출간된 타워는 가상의 초고층 도시국가 빈스토크를 배경으로 현대 한국사회의 이면을 날카롭게 풍자한 소설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절판되었다가 2020년 개정판으로 비로소 재출간되었다. 신판 작가의 말에서 배명훈은 여러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를 소개한 사실과 "이 책은 꼭 다시 내셔야 해요!"라는 독자의 말에 어디를 고쳤는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처음 집필했을 때와 비슷한 정도의 시간을 들여 개정판을 내게 되었다고 전한다. 연작소설 에는 여섯 편의 중단편과 타워 개념어 사전 등 부록으로 네 편.. 2023. 5. 10.
쇳밥일지, 청년 용접공 천현우의 불꽃뛰는 성장 기록 천현우의 (문학동네, 2022)는 불운했던 한 청년 용접공의 성장기를 기록한 일기이다. 어찌 이다지도 운이 없었을까, 개탄하며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주간경향에 연재했던 걸 개고하여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작가 천현우는 두 살 때 고향 마산을 떠나 여덟 살 때 다시 마산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아버지가 바람을 피우다 상도동 집 한 채를 통째로 날려먹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생모는 아니나 가슴으로 낳고 기른 심여사가 이혼과 함께 작가를 데리고 마산으로 왔다. 두 모자는 보증금조차 없어 산호동의 국제여관에서 월세를 내고 살았다. "열아홉 살 무렵엔 어시장 부근 신포동 지하방에서 살았다. 아주 어수선한 동네였다. 만취한 노인들의 고성방가, 방음이 전혀 되지 않는 노래방, (···) 요란한 빛깔 네.. 2023. 2. 19.
히가시노 게이고 백조와 박쥐 줄거리와 결말 백조와 박쥐(현대문학, 2021)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2021년에 발표한 장편 추리소설이다. 1985년 문단에 데뷔했으니 2021년은 작가 생활 36년 차일 때 발표한 소설이다. 데뷔 후 50편 넘게 작품을 썼다고 하니, 1년에 거의 2권씩 추리소설을 쓴 셈이다. 2007년부터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번역을 도맡아 온 번역가 양윤옥은 옮긴이의 말에서 이 소설을 '죄와 벌, 거대한 균형의 가늠자'라는 키워드로 소개한다. 정의를 위한 분노, 검경과 변호사와 판사의 애환, 공소시효 폐지와 소급을 둘러싼 문제점,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에 대한 언론과 인터넷의 경박한 배설 등 인간의 죄와 벌을 둘러싼 굵직굵직한 논의들이 총망라된 '사회파 추리소설' 계열로 를 분류한다. 그러나 막상 이 소설을 읽어보면 정의에 대한 .. 2023. 2. 14.
최은영 작가 첫 장편 소설 밝은 밤, 여성의 삶이란 연말연시가 무기력하게 흘러가갔다.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꽤 힘든 나날이었다. 불면의 밤들이 이어졌고, 산다는 것에 물음표가 뱀처럼 이어졌다. 말로만 듣던 우울증이 이런 건가 싶었다. 그나마 최은영 작가의 첫 장편 소설 (문학동네, 2021)이 작은 위로가 됐다. 소설 밝은 밤의 주인공은 서른두 살 이혼녀 '지연'이다. 남편과 이혼하고 지연은 도망치듯 서울을 떠나 '희령'에서 삶을 이어간다. 희령에서 지연은 할머니를 만나게 되고 할머니를 통해 증조할머니의 인생 이야기를 듣게 되고 엄마의 인생도 다시 돌아보면서 자신의 삶을 천천히 이어갈 힘을 얻는다는 이야기이다. 최은영 작가 프로필 1984년 경기 광명 출생.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13년 작가세계신인상에 중편소설 「쇼코의 미소」가 당선되어 등단.. 2023. 1. 17.
김유담 장편소설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이십 대의 일과 사랑 김유담, 커튼콜은 사양할게요 김유담의 (창비, 2022)는 연극배우를 꿈꾸다 취업을 한 스물여섯 조연희의 직장 생존기를 담은 청춘 소설이다. 이 장편소설을 읽기 전에는 커튼콜은 사양할게요라는 평범한 제목에 스물여섯 사회 초년생의 직장생활을 담은 그저 그런 평이한 이야기이겠거니 하고 별 기대감 없이 첫 장을 읽었다. 커튼콜 curtain call의 사전적인 뜻 연극이나 음악회 따위에서 공연이 끝나고 막이 내린 뒤, 관객이 찬사의 표현으로 환성과 박수를 계속 보내어 무대 뒤로 퇴장한 출연자를 무대 앞으로 다시 나오게 불러내는 일. 그런데 "등장하자마자 퇴장하고 싶은 무대에 선 기분이다."라고 하는 첫 문장부터 예사롭지 않더니 읽어갈수록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었다. 아, 이 작가, 이야기 힘이 굉장한데? 책을 .. 2023. 1. 4.
이야기의 핵심, 완벽한 이야기를 만드는 기본 작법서 작가 지망생들이 눈여겨 볼만한 책 한 권이 나왔다. 리비 호커가 쓴 이야기의 핵심(한스미디어, 2022)이라는 책이다. 끌리는 이야기를 빨리, 완벽히 써내는 비결은 이야기 핵심과 뼈대에 있다고 주장하는 작법서이다. 저자 리비 호거 2011년 독립 출판으로 시작한 를 비롯해 2022년 출간한 까지 장편 소설을 모두 26편 썼다. 그는 대개 이야기 뼈대를 짠 지 3주 만에 소설 한 편을 완성한다고 한다. 제2차 세계 대전을 배경의 (2018)는 워싱턴 포스터 베스트셀러로 선정되었고, 워싱턴 주립 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이야기의 핵심은 어떤 책인가 소설 한 편 완성하는데 3주라니? 그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드물게 그런 재능을 타고난 작가들이 더러 있다. 리비 호커는 그 비결을 소설을 쓰기 전에 미리.. 2022. 12. 20.
명상 살인 줄거리, 명상의 힘이 넘치는 추리소설 추천 명상 살인 줄거리와 배꼽빠지는 명상의 세계 명상이 너희를 구원하리라 도서관에서 기막히게 재미있는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바로 독일 변호사 카르스텐 두세가 쓴 (세계사, 2021)이라는 추리소설이다. 명상으로 살인을 한다? 제목만 봤을 때는 동양의 저주와 같은 것으로 사람을 죽이는 이야기의 서양 버전인가 생각했었다. 책 뒤표지에 소설가 장강명은 "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다. 읽으면서 '진짜 재밌다'라는 말을 여러 번 했다."라고 썼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은 "책장을 펴자마자 그 기발함에 매료되어 밥 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였다."라고 썼다. 이 양반들이 돈 몇 푼 받았다고 공치사를 이렇게도 심하게 하나 했는데... 아니었다. 그들의 말이 진심이었음을 명상 살인을 다 읽고 나서 인.. 2022.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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