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마이 로그라인

충무김밥 오징어무침, 무김치 원조 맛집과 유래

by 로그라인 2022. 10. 26.

충무김밥과 오징어무침, 무김치 유래

아내가 통영 섬 여행을 갔다 충무김밥을 사 왔다. 저녁을 어쩌지 했는데 덕분에 간단하게 잘 먹었다. 충무김밥은 오징어무침과 무김치 맛으로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손가락 굵기 만한 김밥은 간이 되어 있지 않아 그냥 밥이나 다름없다.

충무김밥의 구성을 보면 맨밥에 김을 말은 김밥과 오징어무침, 그리고 무김치와 시래깃국이 전부다. 그러니까 충무김밥의 재료는 밥, 김, 무, 오징어, 어묵, 시래깃국, 이렇게 여섯 가지뿐이다. 흔하고 값싼 재료들이다.

아내가 사 온 충무김밥 3인분

아내는 충무김밥 3인분을 사 왔는데 일반 김밥 2인분 양과 비슷했다. 통영에서 먹는 느낌 그대로 젓가락이 아닌 꼬치로 찍어 먹었다. 시래깃국만 국그릇에 담고 김밥과 오징어무침은 포장해 온 그대로 먹었다. 그래도 관광지에서 먹는 느낌은 안 났다. ㅠ

충무김밥의 오징어무침은 맵고 짭짜름하다. 그 특유의 맛이 먹을 만하다. 통영 사람들이 섞박지라 부르는 크게 쓴 무김치는 반쯤 삭은 맛으로 시큼하다. 통영 시래깃국은 바닷장어를 오래 우려 육수가 진한데 이 집 시래깃국은 좀 멀겠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충무김밥을 먹어 치운 후 커피를 마시고 있을 때 영수증이 눈에 들어왔다. 세상에 1인분이 8천 오백 원. 일반 김밥은 그래도 속재료도 많이 들어가고 당일 만드는 거지만 충무김밥은 묵힌 반찬에 달랑 국 하나인데 ? 아무리 고물가라고 하지만 크흠. 요즘은 충무김밥을 기계로 마는 식당도 많다던데 말이다.

그래서 통영 사람들은 굳이 충무김밥을 사 먹지 않는다. 충무김밥이 먹고 싶으면 집에 담아놓은 오징어무침이나 주꾸미, 호래기 무침과 무김치를 냉장고에서 꺼내서 맨밥을 그냥 김에 말아서 먹으면 되니까 일반 김밥을 마는 거랑 차원이 다른 이야기이다.

충무김밥 유래와 원조 맛집

통영 강구항에서 통영 여객터미널 맞은편 서호시장에 이르기까지 한 집 걸러 한 집씩 충무김밥 식당이 줄지어 서 있다. 충무김밥 유래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지만 뱃사람들이 먹던 음식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새벽에 고기잡이를 나가면 밤이 되어서야 돌아온다. 흔들리는 배에서는 최대한 간편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해야 한다. 거기에 깔맞춤 한 요리가 충무김밥이다. 바다에서는 햇빛이 의외로 강하고 기온도 높다. 충무김밥은 밥 따로 반찬 따로이니 상할 염려도 별로 없다.

모든 메뉴의 식당들이 다 그렇듯이 자신들이 원조라며 간판을 내건다. 충무김밥도 마찬가지다. 통영은 뱃사람들의 도시이니까 주민들 거의 대부분이 충무김밥을 말았을 것이니 모두 원조 간판을 내 걸 만한 하긴 하다.

그러나 장사치로서는 옛날 강구항에서 관광객들은 대상으로 충무김밥을 팔던 세 할머니들이 운영하던 식당이 원조라면 원조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통영에 가면 아이돌 마냥 뽐내고 있는 할머니 사진이 붙은 간판들을 보는 일도 즐겁다.


아내는 충무김밥이며 통영꿀빵, 욕지도 고구마를 사 왔다. 일행이 수소문해서 다 원조 식당에서 힘들게 공수한 거라며 뽐내듯 말했다. 크흡.

통영은 문인들을 유독 많이 낳았는데, 그들이 거닐었던 골목들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속으로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 사람아, 원조 식당이 어디 있어? 그냥 인심 좋은 얼굴로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식당이 맛집이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아내는 가을 섬 여행을 한 번은 가야겠다며 통영 욕지도에 1박을 다녀왔다. 섬마을 펜션에서 캠프 파이어를 했다나? 집 밖은 위험해,라고 했는데도 성비를 맞추어 통영까지 갔으면 백석이 상념에 젖어 시를 쓰던 충렬사 계단이나 청마 유치환이 연애편지를 부치던 우체국이나 보고 오든가. 풋.


유치환의 시 '행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 뵈는
우체국[각주:1]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망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 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1. 청마 유치환이 시조시인 이영도에게 수년 동안 매일 같이 5천여 통의 연애편지를 보냈던 우체국이다. 오래 전 통영 문인들이 '청마 우체국'으로 개칭하려고 했으나, 친일 행적 등이 불거지며 통영 우체국으로 남아 있다.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3킬로미터, 차로 20분 거리에서 영업 중이다. [본문으로]

댓글